💌제16회 아시아미래포럼 스피커스 구독자분들은 정치 관련 뉴스를 볼 때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정치인들끼리 또 싸우네. 지겹다 지겨워.” “우리 편 말이 맞지! 잘 한다고 응원 댓글을 달아볼까?” “정말 이게 최선일까? 다른 방식은 없는걸까?”
아예 정치와 관련된 뉴스는 찾아보지 않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정치를 어떻게 생각하든 지금의 정치가 피로하고 어딘가 고장 났다는 감각은 공기처럼 퍼져있어요.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은 익숙하죠. 그래서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지난 10월23일 열린 제16회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2 < 넥스트 민주주의: 다층적 실험과 실천, 민주주의의 재설계>는 추상적인 진단 대신, “우리는 이렇게 해봤습니다”라는 구체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현장에서 ‘다음 민주주의’를 실험하는 이들의 생각과 고민을 나누는 뜨거운 토론이 오갔죠!
이번 스피커스는 정치에 대한 냉소를 거부하고, 민주주의를 ‘재설계’하려는 사람들의 실천적인 이야기를 살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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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미래포럼의 분과세션 ‘넥스트 민주주의:다층적 실험과 실천, 민주주의의 재설계‘에서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왼쪽 첫번째)가 질문을 받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박혜민 사단법인 뉴웨이즈 대표, 강남규 정의당 공보차장, 김후주 농업회사법인 주원유기농 대표(남태령 심포지엄 팀 대표), 신인아 오늘의풍경&슈퍼스톰 대표(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 이사장), 김소연 뉴닉 대표. 정용일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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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는 추상적 위기가 아닙니다.”
좌장을 맡은 이승윤 중앙대 교수는 날카로운 문제의식으로 세션의 문을 열었습니다. 대표성의 불균형, 신뢰의 붕괴, 참여의 피로감, 정보의 왜곡 등 우리가 체감하는 민주주의의 위기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입니다. 특히 모든 정치가 중앙 정치와 선거로만 환원되면서, 우리 삶과 맞닿은 ‘생활 정치’는 실종되었습니다.
이 고장 난 민주주의를 ‘수리’하기 위해 6명의 발표자는 각자의 현장에서 가져온 설계도를 펼쳐 보였습니다. 청년 정치인을 키우는 에이전시 ‘뉴웨이즈’(박혜민 뉴웨이즈 대표)나 승자독식을 깨는 미국 뉴욕의 ‘순위선택투표제’(차주범 민권센터 선임 컨설턴트)처럼 시스템 자체를 개혁하려는 시도를 확인했습니다.
또한 농민의 트랙터와 청년의 응원봉이 만났던 ‘남태령 대첩’의 연대 감각 분석(김후주 주원농원 대표), ‘윤석열 퇴진 광장’의 에너지가 왜 선거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는지에 대한 성찰(강남규 정의당 공보차장) 등 광장의 정치에 대한 복기했고요.
그리고 일상에서 수평적인 공동체를 통해 새로운 정치적 주체를 만드는 활동(신인아 오늘의풍경 대표)과 혐오와 분열이 아닌 이해를 위한 공론장을 실험하는 미디어 ‘뉴닉’의 도전(김소연 뉴닉 대표)도 살펴봤습니다.
청년 정치인 육성부터 광장의 연대, 새로운 미디어 실험까지! 이들의 이야기는 ‘대의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라는 교과서 속 단어들이 어떻게 우리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실험되고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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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도’로 들어갈 것인가, ‘바깥’에 머물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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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즈는 정치 생태계에 젊고 다양한 인재 유입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만39세 이하 젊은 정치인(젊치인)의 육성과 2030 유권자의 연결을 고민하고 있다.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발표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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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화두는 ‘제도 정치’와 ‘광장 정치’의 관계였습니다.
박혜민 대표는 “정치는 언제든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시민사회에서 한창 운동의 에너지가 정치 권력으로 흡수되는 것을 경계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시민사회가 정치의 언어를 너무 모르고, 또 정치를 활용할 줄 모른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만 39세 이하 청년이 지방의원의 약 11%, 국회의원의 4.7%에 불과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젊다고 다냐고 하는데, 젊다고 다입니다. 세대성이 지속성을 만들 수 있습니다.”
차주범 선임 컨설턴트는 뉴욕의 순위선택투표제와 매칭펀드 프로그램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매칭펀드는 시민이 후보에게 기부한 금액을 최대 1:8 비율로 공적 자금이 매칭해주는 제도입니다. 2021년 예비선거에서 94%의 후보가 이 제도를 이용했고, 그 결과 뉴욕시의회 최초로 여성이 과반을 달성했습니다. 뉴욕 시장이 된 조란 맘다니 역시 매칭펀드 제도 덕분에 100만 달러를 확보할 수 있었죠! 차주범 선임 컨설턴트는 “완벽한 제도는 아니지만, 대의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시민참여를 전진시키는 제도”라고 말했어요.
한편, 김후주 대표는 솔직한 고민을 꺼냈습니다. “주변에서 출마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젊은 여성이 직업정치인이 되는 것을 뜨겁게 열망한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동시에 ‘당신이 왜 광장을 대표하냐’, ‘농민을 팔아먹었다’는 사이버불링을 겪으며 주저하게 됐다고요. 그는 기성 정치에 뛰어들 때 ‘변절자’라고 공격하고, 그동안 지지해준 이들마저 등지는 상황에선 새로운 정치인이 등장할 수 없다며, 정치 참여의 공간을 넓힐 수 있는 교육,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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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광장의 열기는 왜 선거의 표가 되지 못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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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규 정의당 공보차장은 광장에서 차별금지법, 성평등, 다양성 지지 등 진보적 의제가 호응을 얻었지만, 이어진 대선에서 이를 전면에 내건 정의당 후보는 0.98%를 얻는 데 그친 현상을 분석했습니다. 그는 “광장에서는 나에서 시작해 타인으로 향하는 연대가 있었다면, 선거에서는 나의 이야기를 해주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당사자성으로 좁혀진 게 아닐까요?”라고 묻습니다.
‘팀플은 끝났으니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 ‘대통령에게 자동사냥 맡기자’는 밈들은 광장을 ‘비일상’으로 전제하고, 탄핵이라는 공동의 미션을 해결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정치를 대의민주주의에 맡기겠다는 의미로 들렸다고요. 그는 “시민들이 정치적 주체가 되는 것을 끝내고 수동적 위치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졌다”고 말합니다.
김후주 대표는 “환대가 민주주의의 언어”였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를 가능하게 한 ‘중간자’의 역할을 설명했습니다. 농민 어르신들에게 청년의 문화를 소개하고, 청년의 언어를 전달하는 중간자가 있었기에 평상시에 접점이 없던 이들 사이에 관계 인프라가 형성됐다고요.
남태령에서 확인된 뜨거운 연대와 중간자의 힘이 제도로 연결될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에게 남은 과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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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여성, 퀴어, 장애인, 노동자, 활동가 등 수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합류한 남태령 현장의 환대와 돌봄의 모습. 김후주 주원농원 대표 발표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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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정치 참여의 문턱을 어떻게 낮출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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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치라는 주제를 둘러싼 문턱을 낮추는 것 그 자체일지 모릅니다.
박혜민 대표는 “여당과 야당의 차이를 설명하는 콘텐츠에 몇만 명의 팔로워가 생겼다”며 당장의 정책보다 내가 그것을 어떤 관점과 맥락에서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지 학교도 사회도 알려주지 않은 현실을 지적합니다. 그래서 뉴웨이즈는 정치 ‘입문자’들에게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정보를 전달한다고요.
같은 맥락에서 김소연 대표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어요. 그는 “요즘 젊은 애들은 뉴스를 너무 안 봐”라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세상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었는데 미디어가 변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뉴닉은 친구와의 대화처럼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쉽게 뉴스를 풀어내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현재 약 200만명이 뉴닉의 회원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신인아 대표도 비슷한 인사이트를 공유했습니다. “사회문제는 너무 거대하고 복잡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작고 미미해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한 줌이고, 그 한 줌의 사람들도 주변에서 보이지 않아 모두 고립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탄핵광장에서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 (FDSC) 회원들은 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회원 200명 중 100명 이상이 참여해 12개 조직과 연대해 150여종의 피켓을 만들어 매주 광장에 나갔습니다. ‘박근혜 탄핵 때와 미투 때 느꼈던 무력감이나 외로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작은 역할을 했는데 큰 행동이 됐다’는 후기가 쏟아졌다고 해요.
참여를, 행동을 촉진하는 것은 어쩌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문턱을 낮추고 연결감을 일으키는 것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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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3일 행사가 마무리되고 참석자들이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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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열리기 두 달 전, 참석자들은 미리 온라인에서 인사를 나눴습니다. 각자 어떤 주제로 발제할 수 있을지, 어떤 토론거리를 주고받을 수 있을지 확인하는 시간이었지요.
각자의 경험과 집중하는 주제가 달라서 논의를 하나로 수렴하기가 쉽지 않을까? 걱정도 됐어요. 하지만 공통점이 있었죠! 발표자 모두 각자의 현장에서 다른 세대,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배경,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집단과 협력하며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흥미로운 논의가 가능했어요!
이후 좌장을 맡은 이승윤 교수님께서 정리해주신 토론 주제로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승윤 교수님은 크게 1) 제도권과 비제도권 정치 참여의 전략적 선택, 2) 세대 간 연결고리의 부족과 구축전략, 3) 정치적 무관심층의 참여 유도 전략, 4) 청년 정치의 의제 전환 - 당사자성에서 보편성으로, 5) 새로운 정치 참여 방식, 국제적 실험과 한계로 토론 주제를 정리해주셨어요. ‘청년’으로만 프레임되지 않도록, 다음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진단자이자 이끌어가는 주체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에 모두 동의했습니다.
발표자들 모두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함께 답을 찾아가려 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행사 후 미국에서 참여한 차주범 선임컨설턴트가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 1세대 활동가로 한국 정치를 지켜보면서 점점 시니컬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 세션에서 다양한 활동 사례를 접하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었다고요! “모국에서 대안의 민주주의를 고민하고 실험하는 청년들을 통해 영감과 자극을 받았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두 기득권 정당이 주도하는 정치가 비효율과 혐오만 증폭시키는 요즘 시대에 아주 귀한 노력을 하는 분들을 멀리서나마 응원합니다”는 그의 메시지에 힘을 내봅니다.
사실 본 행사에서는 토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준비한 질문을 모두 다루기 어려웠어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컸는데요, 언젠가 다시 기회를 만들어 관련 논의를 이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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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피커스> 어떠셨나요?
위기라고 진단하기는 쉽지만, 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직접 행동하기는 쉽지 않아요. 포럼에서 만난 여섯 사람은 제도권 안팎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은,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비관이 아니라, 그것을 다시 세우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용기가 아니었을까요? ‘넥스트 민주주의’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제16회 아시아미래포럼의 요모조모를 스피커스에서 함께 살펴봤습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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