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지역회복력평가 한반도 남부를 휩쓸고 지나간 폭우 뒤, 찜통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마전선의 오르내림에 따라 이 삼주간 이어지던 장마의 모습이 어느샌가 단시간에 쏟아져 내리는 폭우로 바뀌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은 11월까지 이어진다는 우려스러운 뉴스를 접한 분도 계실텐데요. 지금부터 추석 연휴까지 이어지는 폭염의 긴 시간들도 이제는 한반도의 익숙한 여름 풍경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해마다 기후위기에 따른 인명, 재물 등 재난 피해가 늘어나는 것도 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더 심각한 것은 재난에 대한 대응 차이가 지역마다 커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폭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군은 재난 취약 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산불의 피해가 채 가시기 전에 닥친 폭우로 다시 심각한 피해를 겪게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에 따른 취약 지역뿐 아니라, 재난 대응을 위한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한 우리 사회는 새로운 사회 체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번 스피커스는 복합 위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지역 회복력’에 대해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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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한겨레 지역 회복력 평가’ 평가부분별 우수지자체. 한겨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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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지역의 위기를 조망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점차 커지는 지역 격차와 지역소멸의 원인은 경제,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구조적이고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단기적이고 파편화된 정책으로는 지역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연구원은 외부 충격에도 유연하게 대응하고 지속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회복력(회복 탄력성)’에 지역의 어려움을 타개할 새로운 대안이 있다고 봤어요. 경제성장이나 인구 규모 중심의 기존 평가와 달리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위기대응 역량, 그리고 공동체의 참여와 협력에 초점을 맞춰 평가를 구성했습니다.
녹색전환연구소, 연세대 복지국가연구센터와 함께 공동으로 진행한 ‘2025 한겨레 지역 회복력 평가’는 환경, 경제, 사회 3개 영역, 10개 부문, 38개 세부지표로 구성됩니다. 환경, 사회복지, 사회적 경제 등 전문가 위원들의 자문을 통해 평가지표를 구성하고 평가를 진행했어요.
환경(30점), 경제(30점), 사회(40점) 등 3대 영역을 평가해 종합점수를 산출한 결과, 1위 광명시에 이어 경기 수원시, 광주 북구, 경기 성남, 서울 성동구, 경기 하남, 대전 유성구, 대구 중구, 경기 여주, 경북 포항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영역별로는 환경 영역에서 광명시가 역시 1위를 차지했으며, 경제 영역에서는 경기 화성시, 사회 영역에서는 경기 구리시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인구 규모나 행정구역 면적은 크지 않지만, 환경·경제·사회 각 영역에서 고르게 회복력을 갖춘 지방 중소도시를 ‘강소도시’로 따로 구분해 순위를 매겼어요. 그 결과 전남 순천시가 강소도시 1위를 차지했죠.
스피커스는 앞으로 2회에 걸쳐 ‘2025 한겨레 지역회복력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지역의 사례를 찬찬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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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지역 회복력 전국 1위 광명, 주민이 주도하는 환경 실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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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정책이 그렇지만 특히 환경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협력과 실천입니다. ‘2025 한겨레 지역회복력 평가’ 전국 1위와 환경 영역 1위에 오른 광명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쓸모없이 버려진 폐타이어, 병뚜껑이 주민들의 손에 의해 테이블과 의자, 대형 태극기와 가림막으로 재탄생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업사이클링 작품들은 마을축제와 주민 총회 등 지역 행사에 선보입니다. 직접 작품에 참여한 주민들은 성취감을, 작품을 감상하는 주민들은 재활용품의 새로운 가치를 알게 되죠.
경기 광명시 광명5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업사이클링외에도,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생활공구와 캠핑용품을 주민들에게 무료로 대여하고 있습니다. 행정복지센터 공간을 활용해, 사다리, 드릴센터 등 생활공구와 캠핑용품을 대여하는 서비스는 지난해만 약 300건이 이뤄질만큼 주민 사이에서도 호응이 높다고 해요.
“필요할 때 빌려쓰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탄소배출도 막을 수 있죠. 탄소중립 실천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교육과 실천, 그리고 주민들의 꾸준한 참여가 쌓여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김추향 주민자치회 탄소중립 환경분과장은 말합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광명시는 ‘2025 한겨레 지역 회복력 평가’에서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종합 1위에 올랐습니다. 영역별 점수에서도 환경 영역은 전체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우수한 점수를 받아 1위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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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명시 광명5동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탄소중립 실천을 홍보하기 위해 2024년 5~6월에 만든 업사이클 작품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광명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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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광주 북구, 지역사회 협력으로 이룬 맞춤형 통합돌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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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부터 통합돌봄 기본법이 시행됩니다. 돌봄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보건복지부는 2019년부터 지역 현황에 맞는 돌봄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선도사업을 전국에서 운영하고 있어요. 광주 북구도 그중 하나로, 임대단지를 중심으로 노인 통합돌봄 모델을 추진 중입니다.
광주 북구의 통합돌봄 모델의 특징은 지역 내 돌봄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매달 열리는 통합돌봄 사례관리 회의는 광주 북구청 통합돌봄과를 중심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행정복지센터, 사회복지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등 6개 기관의 담당자들이 함께합니다. 주거복지사, 케어매니저가 발굴한 돌봄 대상자들의 건강 상태부터, 재정, 가족관계까지 사례를 꼼꼼히 살펴보고, 이들에게 적합한 복지서비스와 향후 진행 일정까지 논의합니다.
돌봄 대상자를 발굴한 주거복지사부터, 복지 정책을 꿰뚫고 있는 북구청 통합돌봄과 공무원, 의료 돌봄 전문가와 행정 지원을 담당하는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함께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죠. 이진선 광주 북구청 통합돌봄과장은 “기존처럼 복지 서비스가 여러 기관을 거쳐 복잡하게 전달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기관들이 소통하고 협력하는 돌봄 체계를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합니다.
지역 내 돌봄기관들의 유기적 협력과 촘촘한 복지 인프라로 광주 북구는 ‘2025 한겨레 지역 회복력 평가’에서 종합 3위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사회 영역에서도 30점 만점에 27.3점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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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청은 돌봄 대상자들에게 적합한 복지 서비스를 함께 논의하며,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합니다. 사진은 물리치료사에게 돌봄을 받는 통합돌봄 대상자의 모습. 광주 북구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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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대전 유성구, 주민을 위한 공유공간에서 커지는 마을 회복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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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천을 따라 줄지은 상가 안으로 들어서면 노란 베이지색의 2층 건물 ‘안녕센터’가 보입니다. 안녕센터는 2018년 도시재생 사업으로 세워진 주민 커뮤니티 시설이에요. 센터 설립 당시부터 센터의 용도와 운영 방법을 구청과 함께 고민했던 주민들이 설립한 ‘안녕마을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이 현재 센터의 관리를 도맡고 있어요.
안녕센터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골목에는 청년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청년마을 여기랑’이 자리합니다. 업사이클링, 3D 모델링, 영상 제작 등 청년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청년들의 마을 복덕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요. 청년들은 마을에서 각자의 아이디어를 꿈꾸고 실험하는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유성구에는 이외에도 총 20곳의 마을 커뮤니티 공간이 운영되고 있다고 해요. 주민을 위한 교육, 문화 프로그램부터 아이들을 위한 틈새 돌봄 공간까지 다양한 역할을 하는 공간들이 동네 곳곳에 자리하고 있죠. 김성동 유성구 마을공동체 팀장은 “마을 자치는 주민들이 마을 공간에 애정을 갖고 마을에 관심을 갖는데서 출발한다”며 “마을 거점 공간을 통해 주민들이 교류하고 지역의 일을 함께 해결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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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열린 청년 문화 팝업스토어에서 ‘청년마을 여기랑’ 활동가들이 제작하고 만든 제품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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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한겨레 지역 회복력 평가’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평가 이름을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회복력(resilience)’은 우리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낯선 단어라 사람들이 쉽게 기억하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많았어요. 한편에선 앞으로의 진전이나 성장이 아닌 ‘원상복귀’라는 의미도 담고 있어 부정적 어감을 가진다는 의견도 있었죠.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많은 고민 끝에, 연구진은 지역 회복력으로 평가명을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기후위기, 팬데믹, 지역소멸 등 지금과 같은 복합 위기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치는 결국 회복력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우리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회복력(회복탄력성)’은 학계에서 오래전부터 연구된 주제예요. 도시 혹은 지역과 회복력을 연계한 연구와 프로젝트가 전 세계적으로 두드러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부터였죠. 팬데믹으로 도시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외부의 충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 단위의 자립에 기반한 지역 회복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됐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8년 ‘회복력 있는 도시’는 ‘미래의 충격을 흡수, 회복,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지속가능한 개발, 웰빙 및 포괄적 성장을 추진하는 도시’로 정의하고 회복력 있는 도시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제러미 리프킨도 2022년 저서 ‘회복력의 시대’에서 회복력을 “적응성과 다양한 중복성을 갖는 것”으로 규정하며 미래의 변화에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라고 주장 합니다.
한겨레는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지역 회복력 평가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한겨레 온·오프라인 기사와 한겨레 홈페이지 로그인 전용 콘텐츠 <우리 동네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에서 회복력 있는 지역의 생생한 사례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요.
오는 10월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제16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는 지역 회복력 시상식도 진행될 예정이니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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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피커스> 어떠셨나요?
지구의 생태용량을 넘어선 경제활동은 한계가 있습니다. 제러미 리프킨의 말처럼 “성장과 효율이 아닌 적응과 회복력이 사회, 경제, 생태적 표준이 되어야 할 때”입니다. 새로운 시대로의 변화는 마을과 지역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한겨레 지역 회복력 평가’가 마을과 지역의 지속가능한 전환의 씨앗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스피커스도 지역 회복력의 다양한 사례를 조명하고 우리 사회에 회복력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스피커스가 더 생생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스리슬쩍 알려주기를 통해 생각 나눠주세요. 소중하게 읽고, 천천히 고민하며 더 나은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다음 스피커스에서 다룰 두 번째 지역 회복력 사례에도 많은 관심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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