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RISD 지속가능평가 워크숍
요즘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분들 많으시죠? 오히려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주식에 투자하면, 기업의 재무제표나 대차대조표와 같은 기업 공시 자료를 접할 기회가 많습니다. 이번 스피커스는 기업 공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ESG 공시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기업 공시(公示)는 회사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업 정보는 투자자들이 회사를 정확히 파악하고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신속하고 투명하게 제공되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는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 관련 제도를 마련하여 공시제도를 적절히 운용하고 있어요.
국제회계기준재단(IFRS Foundation)은 국제 금융 시장을 위한 기준을 제시하고 관리하는 기구입니다. 1973년 영국에서 설립된 이 비영리기구에서 제정한 회계기준(IFRS)은 현재 미국, 유럽,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150개 이상의 국가에서 회계기준으로 채택되고 있어요. IFRS는 기업이 자본, 부채, 자산 등 경제적 자원을 파악하고, 능력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공시 시스템으로 50년 이상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죠.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은 기업의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위험과 기회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재무성과에 가장 민감한 투자자들이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는 비재무적 정보인 ESG 정보의 공시를 요구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에 국제회계기준재단은 국제지속가능성위원회(ISSB)를 조직하고, 2022년 3월 재무제표와 호환되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을, 지난해 6월에는 최종안을 발표했어요.
ESG 공시는 회계기준만으로는 기업의 현재 경영 능력과 미래 발전 가능성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배경에서 시작됐어요. 회계기준에 대한 보완적인 기업 공시로 시작했지만, 기후위기와 경제 및 사회적 불평등 같은 경제적·사회적 문제가 글로벌 지속가능성을 위협함에 따라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ESG 공시는 기업투자를 위한 정보를 넘어 기업의 경제, 사회, 환경에 대한 영향을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관리하는 지침이 될 수 있을까요? ESG 공시가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직접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스피커스는 지난 5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ESG 공시의 현황을 짚어보고 함께 대안을 찾는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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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본 즈윅 독일지속가능발전기업 협회장(사진 가운데)의 워크숍 발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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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되지 않는다”
경영학의 구루(Guru)로 알려진 피터 드러커 교수는 제대로 측정되지 않은 기업 데이터는 관리되거나 통제될 수 없다는 경영의 기본을 강조했어요. ESG 공시기준도 같아요. 사업보고서, 지속가능성보고서 등 ESG 공시 방식과 내용은 아직도 기업마다 다릅니다. 투자자들이 이를 살펴보기도 어렵지만, 기업이 직접 공시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는 IFRS와 같은 전 세계적으로 비교할 수 있고 일관된 ESG 공시기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배경과 맞물려 있어요.
국제 회계기준의 기초를 마련한 국제회계기준재단은 GRI(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 SASB(지속가능성회계표준위원회),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등 기존 ESG 공시 지침을 마련한 글로벌 조직에 손을 내밀었어요.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발표된 ESG 통합공시가 기업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정확히 식별하기 전에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해요. 그들은 이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회계 공시의 틀을 넘어서는 더 미래 지향적인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기업의 경영 활동이 기업 내부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람, 그리고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ESG 공시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틀 동안 미국, 독일, 스페인, 한국, 일본에서 온 ESG 연구자, 기업가, 사회연대경제 활동가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글로벌 ESG 공시를 검토하고 향후 방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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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24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지속가능성 평가 이니셔티브 심화' 워크숍 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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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 참가자들은 ESG 공시기준이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들이 제안한 주요 과제는 세 가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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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명확한 목표가 필요합니다. 명확한 이정표가 있을 때, 상세한 전략을 개발하기가 쉬울 뿐만 아니라, 실행의 주요 원동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ESG 공시기준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공시 지표에 목표값이 있다면, 기업의 지속가능발전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고 실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최근 ESG 공시 중에서 G(거버넌스) 부문에서 주목받는 지표는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입니다. 이 지표는 이사회 임원 중 여성 이사의 비율을 요구합니다. 만약 한 기업의 이사진 10명 중 지난해 2명이었던 여성 이사가 올해 3명으로 증가한다면, 여성 이사 비율은 20%에서 30%로 발표됩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이 기업의 여성 이사 비율이 10% 증가했으니 긍정적인 평가를 받겠지요.
그러나 전문가들이 기업의 성별 다양성을 달성하기 위해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이 40%여야 한다고 제안한다면, 이 기업의 평가는 어떻게 될까요? 여성 이사 비율이 10% 부족하기 때문에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될 것입니다. 이처럼 각 지표에 대한 기업의 연간 성과만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값에 비해 기업의 성과 비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워크숍에서 ‘지속가능한 조직을 위한 센터’의 설립자인 마크 맥엘로이는 “기존 ESG 공시기준은 전년 대비 성과 차이만 확인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성을 향한 장기적인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유엔의 지속가능성 성과지표(SDPI)와 같이, 각 지표에 대한 목표값을 제시하고 데이터를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작년, 유엔 산하 연구기관 중 하나인 유엔사회개발 연구소는 4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기업의 지속가능발전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유엔지속가능발전지표(SDPI)를 발표했습니다. SDPI는 각 지표에 대한 기준값을 제시하고, 기업 데이터를 기준으로 지속가능성을 5단계 또는 3단계로 평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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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단 하나의 소외되는 기업이 없도록(Leave No One Behi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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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유엔은 ‘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사회연대경제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공제회, 비영리법인 등 자발적 협력, 상호부조, 민주적 거버넌스를 중시하는 조직을 말합니다. 유엔은 사회연대경제가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선언하며, 각국 정부에 지원을 강화하고 활성화를 위한 실행 계획을 제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유엔은 양질의 노동, 빈곤 완화, 지역 사회 활성화 등을 포함한 사회연대경제의 긍정적 영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금융 및 투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투자를 유치하려면 기업 공시를 통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발표된 기업 공시가 사회연대경제에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회계 공시를 통해 사회연대경제가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기는 어려워요. ESG 공시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발표된 대부분의 ESG공시는 기업에 대한 ESG 이슈의 재무적 영향을 고려하는 ‘단일 중대성 원칙(Materiality)’에 기반하고 있어요.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업 활동이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즉 ‘이중 중대성 원칙(Double-Materiality)’은 제외되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회연대경제의 ESG 활동이 제대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이중 중대성 원칙을 적용해야 하며, 기존 ESG 지표에 포함되지 않은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대한 성과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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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의 ESG 공시인 ESRS이 기준으로 하는 ‘이중 중대성 원칙’ 개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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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9월,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약속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달성률이 겨우 15%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2030년까지 6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정부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과 시민사회의 전방위적인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어요.
ESG 공시는 국제회계기준재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GRI와 같은 몇몇 글로벌 표준기관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 협동조합, 비영리 부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공시기준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본 즈윅 독일지속가능발전기업 협회장은 “기업이 지속가능목표 달성에 기여하려면 일부 선진국과 대기업만 참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지역 환경과 기업 특성을 고려한 공시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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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 한국회계기준원이 개최한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 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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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개발하고 배포하는 기관은 한국회계기준원입니다. 지난 4월,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KSSB, Korea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는 국내 ESG 공시기준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올해 내로 ESG 공시를 확정하고,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를 시작으로 ESG 의무공시를 시작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ESG 공시 준비가 부족하다는 기업들의 요청과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가 늦어진다는 이유로 공시 도입을 일시적으로 연기했죠. 그 가운데, ESG 공시기준 초안이 발표된 것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공시 도입 시기입니다. 지난 4월, 한국회계기준원은 ESG 공시기준 초안만 발표했을 뿐, 공시 도입의 정확한 시기를 명시하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재계는 내년 공시가 너무 이르다는 의견을 계속해서 표명하고 있어요. 미국, 유럽, 일본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이미 의무적인 ESG 공시가 발표됨에 따라 국내 공시가 언제 도입될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의무공시에 관한 것입니다. KSSB의 ESG 공시기준 초안에서는 기후정보가 의무적으로 포함되며, 기업들은 노동 및 산업 안전과 같은 ESG 정보를 공개할지를 선택할 수 있어요. 이는 기후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와 거버넌스에 대한 ESG 공시를 법제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엄격한 제재를 가하는 글로벌 추세와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전체 가치 사슬을 포함하는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 공시가 제외됐습니다. 국내 ESG 공시기준 초안은 대체로 ISSB의 체계를 따랐다고 합니다. ISSB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공시기준에는 ‘스코프3’가 제외되었지만, 지난해 7월 발표된 유럽연합의 ESRS는 포함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ESG 공시는 더 포괄적인 ESG 정보를 요구하고 강력한 법적 제재를 동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로벌 ESG 공시 추세를 감안할 때, 이제 막 첫걸음을 뗀 국내 ESG 공시가 소극적이라는 점이 아쉽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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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더매트릭스(Own the Metrics)’ 캠페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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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더매트릭스(Own the Metrics)’ 캠페인은 자본과 주주가치 중심의 ESG 공시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려는 글로벌 캠페인입니다.
캠페인은 ISSB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등 주요 글로벌 표준 기구들과 동등한 입지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사회연대경제, 제3섹터와 같은 협력적이고 다양한 기관들의 목소리를 담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가치를 진실하게 보고할 수 있는 더 나은 도구를 제안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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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피커스> 어떠셨나요?
복잡한 영어 단어와 딱딱한 용어가 유독 많이 등장한 스피커스였어요. 구독자분들이 ESG 공시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대한 간단하고 쉽게 풀어 보려 노력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글인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ESG 공시에 대한 글은 항상 도전이네요.😅
ESG 공시는 기업의 경영 활동이 지구환경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길잡이와 같습니다. ESG 공시기준이 사람과 환경을 모두 포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담겨야 해요. 국내 ESG 공시에 우리의 목소리가 더 많이 담기기 위해, ESG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함께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구독자분들의 인내심에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스피커스에 보내주신 의견 잘 읽고 있습니다. 이번 스피커스에 대한 구독자분들의 생각도 나눠주세요. 정성껏 읽고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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