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사람과디지털포럼 드디어 그가 입장했습니다. 중년인데 소년 같은, 동양적인데 서양적인, 묘한 분위기의 꽁지머리 남자, 테드 창! 맑은 얼굴, 편안한 차림의 테드 창은 제3회 사람과디지털포럼 개최 하루 전 열린 환영 만찬에서 시종일관 진지하고 열린 자세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눴어요. 이번 포럼은 ‘테드 창의, 테드 창에 의한, 테드 창을 위한 포럼’이 될 것이라는 강력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포럼이 끝난 후 소셜미디어에는 테드 창 관련 강연 내용, 참여 후기 등이 쏟아지기도 했는데요. 테드 창은 기조연설을 수락하면서, 강연 내용은 오로지 현장에 참석한 사람만 듣도록 하고 그 외 비공개로 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번 스피커스에서는 테드 창 강연을 차근차근 풀어보려고 해요. ‘인공지능, 인공물, 예술’을 주제로 40분 동안 펼친 강연은 당대 최고의 과학소설작가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게,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와 불안을 놀라운 통찰과 아름다운 비유로 풀어내 큰 감동을 선사했어요. 테드 창의 강연, 함께 살펴보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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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열린 제3회 사람과디지털포럼에서 ‘인공지능, 인공물, 예술’을 주제로 강연 중인 테드 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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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은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과학 단편소설 작가 중의 한 명”으로 불립니다. 그의 작품 ‘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최고의 과학소설에 수여되는 네뷸러상, 휴고상, 로커스상 등을 모두 석권했고 과학에 기반한 지적 상상력과 철학적 사유, 통찰을 주는 소설로 평가되죠. 영화 ‘듄’의 천재 감독 드니 빌뇌브가 감독해 화제를 모은 ‘ 컨택트’의 원작이기도 합니다.
테드 창은 인공지능과 인간 간 본질을 꿰뚫는 질문을 통해 인공지능 분야 최고의 석학들에게 지적 자극을 준 인공지능 비평가로도 명성이 높습니다. 지난해 6월 미국 ‘뉴요커’에 기고한 ‘챗지피티(GPT)는 웹의 흐릿한 복제본이다’라는 칼럼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죠. 챗지피티는 기본적으로 정보를 축약하고 압축한 버전으로, 웹에 있는 정보를 흐릿하게 다시 보여주는 이미지에 불과하며, 이 과정에서 환각·오해·잘못된 거짓 정보의 표출 등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테드 창의 통찰은, 구글의 인공지능 윤리팀 리더로 일하다 ‘내부고발’ 이유로 해고당한 팀닛 게브루의 ‘확률적 앵무새’와 더불어 챗지피티의 본질을 꽤뚫는 최고의 비유라는 평을 들었죠.
사람과디지털포럼은 테드 창이라는 최고의 SF작가를 모시고 인공지능으로 인한 혼돈의 시대를 어떻게 봐야 할지 지혜를 빌리고자 했습니다. SF작가는 고도의 사고실험을 통해 미래의 변화에 대한 통찰을 줍니다. 인공지능이 펼칠 낯선 세상을 그와 펼쳐본다면, 덜 불안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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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생성형 AI는 ‘인공지능’ 아닌 ‘인공기술의 시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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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은 지금의 ‘인공지능’을 ‘응용통계’로 불러야 한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지능’을 ‘기술을 습득하는 능력’이라고 봤는데요. 알파제로(구글의 체스 인공지능)는 인간 선수보다 더 나은 실력을 갖추기까지 약 4시간이 걸렸지만, 그 4시간 동안 약 1000만 번의 게임을 연습했습니다. 인간 체스 기술자는 그랜드마스터에 도달하기까지 몇천 번의 게임을 하지만 알파제로가 인간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인간보다 약 1000배나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알파제로는 그다지 지능이 높지 않으며, 단지 비인간적으로 많은 연습을 했을 뿐이며, ‘인공지능’이라기보다는 ‘인공기술의 시연’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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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정확한 문장을 생성하지만, 인간 언어의 의미·의도 결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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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와 같이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고, 시도 쓰고, 과제도 수행하는 것을 거대언어모델(LLM)이라고들 이야기합니다. 최근에는 텍스트는 물론 듣고, 보고, 말하는 것까지 가능한 멀티모달로 발전해, 마치 비서처럼, 친구처럼 챗지피티와 이야기 나눌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 아닌 기계와의 대화가 가능해진 시대가 온 걸까요?
테드 창은 “챗지피티는 정확한 문장을 생성하지만, 언어학자들이 말하는 의미의 언어는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언어는 의도와 의미가 담겨있는 의사소통 체계이기 때문이죠. 챗지피티가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쉽지만, 실제 반가운 마음이 들지는 않죠. 챗지피티는 아무것도 못 느끼고, 어떤 의도도 없기 때문에 언어를 사용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주관적인 느낌, 감정 상태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어야 의미 있는 언어적 발화가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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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가 시, 소설까지 척척 대신 써주는 시대, 에세이 쓰기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테드 창은 학생들은 에세이 쓰기를 귀찮아하지만, 교사들은 사고력을 키우는 연습이라고 생각해 과제를 내는데, 자기표현을 글로 쓰는 건 사고력을 더욱 예리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테드 창은 에세이 쓰기를 역도에 비유하는데요. 바벨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이지만, 축구·야구 등 어떤 스포츠든 잘하고 싶다면 웨이트룸에 가서 바벨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근력 운동을 하는 시간이 중요하며, 에세이 쓰기는 바로 ‘두뇌를 위한 근력 운동’이라는 것입니다. 테드 창은 “에세이를 쓰기 위해서 챗지피티를 사용할 경우, 마치 웨이트룸에서 바벨 대신 지게차를 가져와서 쓰는 것과 같다”며 “그런 식으로는 학생들의 인지 능력을 향상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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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과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인공지능, 인공물, 예술’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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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 도구로 소설, 이미지, 동영상도 만들 수 있는 시대, 이러한 도구로 생성한 결과물이 예술이 될 수 있을까요? 테드 창은 “예술은 표현의 한 형태이며, 챗지피티는 스스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없고, 예술가적인 의도도 없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테드 창은 예술을 ‘무수히 많은 선택의 결과물’로 규정합니다. “소설을 쓸 경우 여러분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단어를 선택하게 된다. 만약 1만 개 정도의 단어로 이루어진 단편소설이 있다면, 여러분은 1만 번의 선택을 한 셈이다. 그런데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 프롬프트를 이용한다면 선택이 확연히 줄어든다”고 말합니다.
그는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를 사진과 포토샵에 비유합니다. “사진 기술이 처음에 도입되었을 때는 예술적인 매체처럼 보이지 않았다. 사진을 찍을 때, 많은 선택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메라를 통해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예술가들은 점차 자신만의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전문가의 사진은 아마추어의 사진과 구별되었다”고요.
포토샵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포토샵은 사용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고,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천 개의 설정을 해야 한다. 수학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포토샵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매우 고차원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상당히 저차원적인 공간이다.” 즉, 포토샵을 사용할 때는 만들고자 하는 이미지를 미세하게 제어할 수 있지만,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사용할 경우엔 대강의 제어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것입니다.
테드 창은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를 통해 놀랄 만큼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달라고 명령하면 아마도 10초마다 아름다운 영상을 내놓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10초마다 감동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예술이 감동적인 것은 개인적인 삶의 경험과 접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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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이 끝난 뒤 책 사인회를 하고 있는 테드 창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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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보다 사람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필요한 지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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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의 강연 뒤에는 김범준 성균관대학 교수와의 대담이 이어졌어요. 김범준 교수는 “지금 저의 심정은 BTS 콘서트에 왔다가 무대에 불려간 열성팬같은 마음”이라며 솔직한 팬심을 드러냈는데요. 두 분은 67년도에 태어난 동갑내기고, 물리학을 전공했다는 점 등 공통점이 많았어요.
“SF, 즉 과학소설과 과학은 어떤 점에서 비슷하며 어떤 점에서 다른가”라는 김범준 교수의 질문에 테드 창은 “SF는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야기로, 산업혁명 전에도 SF를 통해 미래가 변화하고 역사가 어떻게 발전할지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불안한 지금, SF가 미래의 변화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통로일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과학연구에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존의 데이터에서 모델을 생성하고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인공지능학자가 탄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도 나왔는데요. 테드 창은 인공지능을 현미경에 비유하면서 “현미경을 통해 우리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현미경이 과학자는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정말 번뜩이는 비유죠.
사람과 유사한, 일반인공지능(AGI)의 가능성에 대해 “만약 개발할 수 있다면 기술적인 성과로 봐야겠지만 얼마나 효용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미 인간이 있는데 그런 기계를 개발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되물었습니다. “여러분은 인공지능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사람에게 의존해야 한다”고 하면서 인간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습니다.
또한 “누군가를 만났을 때 ‘반갑다’고 말하는 것은 새로운 표현이 아니지만, 의미가 있으며, 감정을 실제로 느끼는 것과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드러내는 건 다르다”고 말하면서 온도에 따라 표정이 바뀌는 기계를 예시로 들었습니다. 특정 온도에 웃는 얼굴이 나타나는 기계가 있다고 해서 실제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며, 기계가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사람에게 착각을 일으킬 뿐이라는 것입니다.
포럼에서 테드 창은 기조연설과 대담, 그리고 원탁토론까지 꽉찬 일정을 소화한 후에도 팬 사인회까지 열었어요. 포럼이 끝나는 시간까지 자리를 지킨 200명이 넘는 팬들을 위해 약 한 시간 동안 사인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건보다 가치, 그리고 사람을 중시하는 ‘진정성’ 가득한 테드 창에게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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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피커스> 어떠셨나요?
테드 창 강연을 통해 ‘AI시대’ 인간의 가치를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스피커스는 이번 테드 창을 시작으로 제3회 사람과디지털포럼을 찾은 최예진 워싱턴대 교수, 게리 마커스 뉴욕대 교수, 아베바 비르하네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 교수의 강연 내용을 매주 다룰 예정입니다(7월은 매주 스피커스와 함께해주세요🙏).
사람보다 알고리즘을 더 신뢰하는 시대, AI와 함께 살아갈 세상은 어떻게 펼쳐질까요? 스피커스와 함께 ‘AI시대’ 우리가 마주한 딜레마와 미래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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