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기후 행동 컨퍼런스 가을입니다. 몇 주만 지나면 초록빛 나무들도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겠죠.🍁 선선한 가을 하늘 아래를 걷으며, 길가에 떨어진 은행을 밟다 보면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매년 반복되는 익숙한 풍경입니다. 그런데 문득 당연하게 여겨 온 이 계절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지구 온도가 계속 올라 사계절의 경계가 흐려진다면, 가을을 모르는 세대가 나타날 수도 있겠죠.
보고서는 기후위기의 책임과 피해가 고르게 나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특히 세대 간 차이는 더 뚜렷하죠. 2020년이 살아갈 기후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그 선택을 내리는 건 주로 기성세대입니다. 어린이·청소년은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적지만, 그 영향은 더 오래 마주해야 하죠. 스피커스는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기후위기는 곧 아동권리의 위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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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비영리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주최로 ‘기후행동 컨퍼런스: 아동의 목소리, 국가를 잇는 기후 행동’ 행사가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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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스는 지난 17일 아동권리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주최한 ‘기후행동 컨퍼런스’에 다녀왔어요. ‘아동의 목소리, 국가를 잇는 기후행동’을 주제로 학계, 시민사회, 현장교사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이어 온 어린이와 청소년도 목소리를 냈죠.
행사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기후위기가 미래세대의 권리를 어떻게 위협하는지, 현장에서는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엇인지를 짚었습니다. 동시에 아동을 ‘보호 대상이 아닌 현재의 권리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어린이·청소년도 자신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기후정책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참여와 실천을 현장에서는 ‘기후행동’이라고 부릅니다. 기후위기 인식에서 나아가 해결책을 찾아 행동으로 옮기는 모든 활동을 말하죠. 스피커스는 이번 행사에서 각자가 쌓아 온 문제의식과 현장의 기후행동을 들어봤습니다. 함께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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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함께 물려받은 문명, 다르게 져야 할 책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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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 제6차 종합보고서에 수록된 그림. 왼쪽은 과거부터 전 지구의 온도가 변화한 과정이다. 오른쪽은 미래의 시나리오에 따라 어떻게 변화할지 세대(1950년생, 1980년생, 2020년생)로 보여주고 있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누리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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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기조연설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윤 교수는 기후위기를 국가 간, 세대 간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로 정의했습니다. 다만 이를 ‘책임’과 ‘피해’라는 이분법으로만 설명하는 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해요. 화석연료 기반한 산업 문명이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져왔지만, 인류가 교통·의료·에너지 등에서 얻은 편익도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화와 경제발전으로 생활 여건을 개선하려는 개발도상국의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윤 교수는 기후정의를 과거 세대와 선진국을 심판하는 도덕적 법정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함께 물려받은 문명의 편익과 위험을 인정하되, 책임과 능력에 맞게 부담을 나누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다만 국가마다 처한 상황은 다릅니다. 윤 교수는 이 점을 짚으며 네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해요.
- 첫째,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는가
- 둘째, 탄소 문명의 편익을 얼마나 누렸는가
- 셋째, 위험을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가
- 넷째, 전환에 필요한 비용과 기술을 감당할 능력이 얼마나 있는가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그만큼 편익을 누렸다면 해결할 책임도 더 큽니다. 윤 교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위험을 알고도 감축하지 않거나 기존 이익을 지키려 대응을 미뤘다면 모르고 배출한 것보다 책임이 더 무겁다고 말해요. 전환에 필요한 비용과 기술이 충분한데도 나서지 않는다면, 그 부담을 미래세대에 떠 넘기는 셈이라고도 지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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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국경을 넘어 미래세대가 연대하고 협력할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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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성세대와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등교나 일상을 멈추고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내는 기후파업(School Strike for Climate)이 국내외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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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발표에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국제 사회의 현주소를 짚고, 실제 현장에서 어린이·청소년의 의견이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스톡홀롬환경연구소 아시아 사무소의 알버트 살라만카 선임연구위원은 기후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 어린이·청소년이 과거보다 자주 등장하는 것은 고무적인 변화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보이는 것과 권한이 있는 것은 다르다(Visibility is not the same as authority)”고 강조했습니다.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고 해서 실제 의사결정 권한이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살라만카 연구위원은 누가 회의에 참석했는지보다 누가 의제를 정하고 규칙을 만드는지, 누가 재원을 배분하는지, 국제사회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 누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린이·청소년의 참여가 이런 구조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그러려면 이미 만들어진 정책에 의견을 보태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단계부터 참여가 이뤄져야 합니다. 살라만카 연구위원은 녹색기후기금(GCF) 같은 기후 재원을 배분할 때 이런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린이·청소년을 포함한 기후 취약계층의 목소리가 사업 설계와 재원 배분에 반영되도록 절차를 만들고, 교육·보건처럼 삶과 밀접한 분야에 재원이 먼저 닿도록 하는 것이죠.
어린이의 참여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 사례도 소개됐습니다. 최재경 세이브더칠드런 기후위기대응1팀 팀장은 여러 나라의 제3차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수립 과정에 어린이가 어떻게 참여했는지 설명했는데요. 르완다는 어린이 77명의 의견을 듣고, 미래세대가 주도하는 기후적응 활동을 NDC 이행 계획에 포함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정부 주도 협의체에 처음으로 어린이가 참여해 국가 기후정책 방향에 의견을 냈고요. 코트디부아르에서는 60명이 넘는 어린이가 협의에 참여했고, 여기서 나온 의견이 NDC 설계에 반영됐죠. 나라마다 참여 방식은 달랐지만, 미래세대의 목소리가 정책 수립 과정에 들어갔고 일부는 이행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지난 3월28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진행한 기후위기 대응 방안 토론회입니다. 어린이·청소년 40명이 미래세대 대표단으로 참여해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감축경로, 실천방안을 숙의하고 의견을 냈습니다. 공론화 결과는 백서로 정리됐고 미래세대 대표단이 국회의장에게 정책 제언을 전달하기도 했죠. 다만 이후 입법이나 정책 결정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합니다. 살라만카 연구위원이 말한 보이는 참여와 실제 권한의 차이를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문제는 세대 안의 불평등입니다. 같은 세대라도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조건이 다릅니다. 같은 폭염과 홍수를 겪어도 사회체계가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느냐에 따라 피해의 크기가 달라지죠.
컨퍼런스에 참여한 각국 어린이·청소년의 이야기에서 이런 문제의식이 드러났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몽골, 네팔, 베트남, 마다가스카르에 사는 친구들은 나라마다 겪는 기후문제도, 대응할 수 있는 여건도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기후위기에 더 취약한 국가와 지역의 어린이가 소외되지 않도록 각국 정부와 어른들이 연대하고 협력해 달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한 나라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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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로 ‘기후위기’를 그려달라고 요청해 생성한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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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발표 뒤 이어진 토론에서는 정부, 대학, 언론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경험에서 발견한 관점과 방법을 나눴습니다.
오진웅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기후시민소통국장은 시민과 기후정책을 잇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참여의 사다리는 있는데 정작 정책으로 이어지는 문이 없는 상태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시민의 의견을 묻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의견이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지도록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요!
최하연 카이스트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교수는 기후위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합니다. 최 교수는 기후불평등을 누가 더 위험에 노출되는가의 문제로만 보지 않습니다. 같은 위험을 겪고도 얼마나 잘 대응하고 회복할 수 있는지, 곧 사회의 대응 역량 차이까지 살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보를 제때 받을 수 있는지, 교육과 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재난 이후 사람들을 보호할 사회보호체계가 있는지에 따라 같은 폭염도 전혀 다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지로 클리프(CLIF, Climate in Fact) 대표는 기자로 일하다 기후위기 보도 방식에 문제의식을 느껴 기후 의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미디어를 만들었습니다. 윤 대표는 언론이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함께 보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폭염에 취약한 계층이나 더 큰 피해를 입는 나라를 보여주는 보도는 분명 사실을 전하지만, 이런 장면만 반복되면 당사자를 늘 도움받아야 할 존재로 보게 만든다는 것이죠. 피해를 증언하는 대상이 아니라 위험을 해석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주체로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나아가 누가 위험에 대응할 능력과 선택지를 가졌는지, 왜 어떤 나라에서는 그 역량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지를 구조적으로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효제 성공회대 명예교수는 “불타는 지구에서 다르게 살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 용기가 꼭 거창한 결심만을 뜻하지는 않을 겁니다. 당연하게 여겨 온 것에 질문을 던지고, 관점을 바꾸고, 이전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 모두 그 용기일 수 있죠. 이날 패널들이 현장에서 발견하고 실천해 온 경험도 어쩌면 그런 용기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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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9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한국 정부의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기후정의행진이 이어졌다. 박종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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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6일 네팔 북부 히말라야에서 거대한 빙하와 암석이 무너져 내리면서 생긴 급류가 마을을 덮쳤습니다. 과학자들은 기후위기를 이번 붕괴의 유일한 원인으로 단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장기간의 기온 상승과 빙하 후퇴, 고산지대 영구통도의 약화가 산비탈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위험을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죠. 기후위기가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 재난이었습니다.
이런 현실 앞에서 시민사회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환경·노동·시민단체들은 9월19일 열린 기후정의행진에서 발표한 선언문에서 “기후위기는 우리의 일상이 됐고 재난은 반복되지만, 우리는 결코 익숙해질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자연 현상을 인간이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피해의 크기는 달라집니다. 네팔 재난을 분석한 국제 연구진도 조기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면 하류 지역에서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죠. 재난의 피해는 자연 현상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기후재난의 피해가 주거, 노동, 소득, 돌봄 같은 사회 구조와 맞물려 있는 만큼, 대응 역시 사회 전체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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