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한겨레 지역회복력 평가 매주 화·목요일 오후, 수원시 서호노인복지관 식당으로 인근 6개 학교에서 온 밥과 국, 반찬이 커다란 원형 통에 담겨 들어옵니다. 당일 조리했지만, 학생들에게 배식되지 않은 급식이에요. 직원과 자원봉사자 20명 남짓이 음식을 전용 용기에 나눠 담습니다. 음식은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주민들의 집으로 당일 배달됩니다.
광명시에서는 주민들이 내놓은 장롱과 책상, 소파가 시 소유 부지 한곳으로 모입니다. 이 가구들은 곧장 소각·매립되지 않습니다. 전문업체가 폐목재와 고철, 폐합성수지로 나눠 각기 다른 곳으로 보냅니다.
영암군청 앞 카페 ‘달품’의 이건희 사장은 손님들이 지역화폐 ‘월출페이’로 낸 돈 가운데 일부를 동네 식당 등에서 다시 씁니다. 주민이 한 번 쓰고 끝날 수도 있었던 지역화폐가 상인의 다음 소비로 이어지는 거죠.
전남광주 동구 대인동의 ‘들랑날랑커뮤니티센터’에서는 인근 쪽방촌 주민들이 밥을 먹고, 빨래하고, 씻고, 운동합니다. 이곳에서 돌봄을 받아온 주민들은 한 달에 두 번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들고 골목청소에도 나섭니다.
학교급식과 낡은 장롱, 동네 카페의 매출과 쪽방촌의 한 끼. 얼핏 아무 관계도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2026 한겨레 지역회복력 평가’에서 선정된 지역들을 따라가다 보니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었어요. 지역이 스스로 더 나은 쪽으로 움직이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오늘 스피커스는 이 질문을 들고 일곱 지역을 따라가 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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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군이 2024년 9월 도입한 ‘경북도청신도시 공영e자전거’는 가입자 1만9천여명으로 하루 평균 2천회가 이된다. 특히 올해 상반기 고유가와 공공기관 차량 2부제가 맞물리면서 출퇴근·등하교 시간대를 중심으로 이용이 크게 늘었다. 공영자전거 대여소에서 학생들이 자전거를 빌리는 모습. 예천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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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몇 등?’보다 ‘어떻게?’를 더 물었습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전국 기초지자체의 지역회복력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첫 평가에서는 여러 지표로 지역의 전반적인 회복력 수준을 가늠하는 데 무게를 뒀습니다. 올해도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를 28개 지표로 살폈지만, 점수는 후보를 추리는 데만 활용했어요. 이후 후보 지역의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들여다보고, 전문가위원회 논의와 결격사유 점검을 거쳐 종합 1곳과 유형별 6곳을 골랐습니다. ‘이 지역의 회복력은 어느 수준인가’에서 ‘이 지역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고 있는가’로 질문을 넓힌 셈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눠 물었습니다.
기후위기와 폐기물, 산업 전환과 지역경제 약화, 돌봄 공백과 생활 기반 격차. 지금 여러 지역이 함께 안고 있는 과제입니다. 올해 평가는 이 과제를 중심으로 세 영역에 두 개씩, 모두 여섯 유형을 뒀습니다.
- 환경: 탄소중립형(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전환), 자원순환형(폐기물 감량과 재활용 체계)
- 경제: 혁신경제형(창업·기업 활동과 산업 기반), 지역순환경제형(일자리·소득의 역내 순환)
- 사회: 돌봄강화형(돌봄·보건·복지의 연결), 생활안정형(주거·안전·이동 같은 생활 기반)
종합부문은 세 영역의 성과와 함께 정책 사이의 연결을 살폈습니다. 유형은 성적표의 과목이라기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지역에 던지는 질문 목록에 가깝습니다. 지역회복력을 언제까지나 이 여섯 칸으로 나눠 보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질문이 달라지면 유형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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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한겨레 지역회복력 평가 유형 및 각 유형별 검토 방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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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새빛민원실 베테랑 팀장들이 민원 현장을 찾아 공사 상황을 살피고 있다. 베테랑 팀장들은 부서 사이에서 답이 나오지 않는 민원을 맡아 현장을 직접 찾는다. 수원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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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팔달산 아래 남창초등학교. 학교 터와 맞닿은 산비탈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바로 아래에는 학생 통행로와 운동장이 있습니다.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어요. 문제는 누가 맡느냐였습니다. 비탈 일대에 시 땅과 교육청 땅이 섞여 있었거든요. 논의 끝에 시가 맡기로 했지만, 이번에는 시 안에서 담당 부서를 정해야 했습니다. 비탈이 화성 성곽과 맞닿은 까닭에 여러 부서가 얽힐 수밖에 없었어요.
이 일을 맡은 사람은 새빛민원실 김영덕 ‘베테랑 팀장’입니다. 수원시는 2023년 4월부터 여러 부서와 기관이 얽힌 복합민원을 경력 20년 이상의 팀장급 공무원들에게 맡기고 있어요. 이들을 ‘베테랑 팀장’이라고 부릅니다. 김 팀장이 관계 부서를 모아 조정한 끝에 팔달구 안전건설과가 주관 부서로 정해졌고, 유지보수도 시작됐습니다.
앞에서 본 학교급식도 비슷합니다. 학교에는 먹을 수 있지만 남는 음식이 있었고, 지역에는 끼니 지원이 필요한 주민이 있었습니다. 둘 사이에 길이 없었을 뿐이죠. 수원시는 학교와 복지기관을 잇고 운반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학교 14곳과 복지기관 8곳이 참여해 28차례에 걸쳐 약 6.5톤의 음식을 전달했어요. 산비탈과 학교급식. 전혀 다른 문제 같지만 푼 방식은 닮았습니다. 누구의 일인지 불분명했던 곳에, 일을 맡을 사람과 절차를 정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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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는 생활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군포시와 ‘상생소각’ 협약을 맺었다. 한쪽 소각장이 멈추면 다른 도시의 소각장을 활용해 처리 공백을 줄이는 방식이다. 행정구역을 넘은 협력으로 2026년 경기도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 대상을 받았다. 광명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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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본 장롱과 책상, 소파로 돌아가 볼까요. 대형폐기물은 목재와 금속, 플라스틱이 한데 붙어 있어 재료별로 떼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분리한 물질을 받아줄 곳도 찾아야 하고요. 광명에서도 선별되지 않은 물량은 소각되거나 매립됐습니다. 2023년 재활용률은 41%에 그쳤어요.
광명시는 2024년부터 버린 물건이 가는 길을 바꿨습니다.
- 이전 수거 → 대행업체가 각자 선별·넘길 곳도 직접 찾음 → 선별되지 않으면 소각·매립
- 지금 수거 → 한곳에 모음 → 전문업체 선별 → 폐목재·고철·폐합성수지 → 원료·연료
폐목재는 목재 제품 원료나 발전 연료로, 고철은 재활용 원료로 갑니다. 여러 재질이 섞여 남던 폐합성수지도 2025년부터 제지·시멘트공장의 연료로 보내고 있어요. 재활용률은 2024년 77%, 2025년 98%로 올랐습니다. 폐합성수지를 연료로 보낸 물량까지 합하면 올해 6월에는 100%를 기록했다고 광명시는 밝혔습니다. 처리 비용도 해마다 2억원가량 아꼈다고 해요. 버려지는 물건은 그대로입니다. 달라진 것은 그 물건이 가는 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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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은 ‘온돌저금통’에 모인 기부금을 어려운 이웃에게 월출페이로 지급한다. 주민을 돕는 기부금이 지역 가맹점의 매출로 다시 이어지는 구조다. 영암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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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영암군청 앞 카페 ‘달품’으로 가볼까요. 이건희 사장은 한 달에 월출페이로 120여만원을 씁니다. 70만원으로는 달걀과 과일 같은 카페 재료를 사고, 50만원은 동네 식당 등에서 쓰고 있어요.
보통 지역화폐는 주민이 동네 가게에서 쓰는 데 초점을 둡니다. 그런데 그다음은 어떨까요? 가게 주인이 그 돈을 지역 밖에서 쓰면 지역 안의 거래는 거기서 끝날 수 있습니다.
월출페이는 가맹점끼리도 결제할 수 있어요. 돈을 따라가 보면 이렇습니다.
- 주민 → 월출페이 결제 → 카페 매출 → 카페 주인의 동네 지출 → 다른 가게 매출
가맹점 간 거래에는 월 최대 70만원까지 12% 캐시백이 붙습니다. 이건희 사장이 카페 재료를 되도록 동네 가게에서 사려는 이유죠! 영암군은 2024년 지역순환경제 기본 조례를 만들고, 이듬해 담당 부서를 지역순환경제과로 개편했습니다. 2025년 3월에는 순환결제 기능을 넣은 독자 플랫폼도 마련했습니다. 물론 돈이 계속 돌려면 쓰는 사람도 많아야겠죠. 영암군은 올해 9월부터 1인당 10만원씩 월출페이를 지급하는 농촌기본수당도 시작했습니다. 주민의 첫 소비에서 상인의 다음 소비까지. 돈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지점을 한 칸 더 뒤로 밀어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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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 동구 ‘들랑날랑커뮤니티센터’는 사회적 고립이 우려되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건강·문화·여가의 공유 거점 공간이다. 센터는 올해 4월부터 자조모임을 꾸려 도시텃밭 가꾸기를 시작했다. 사진은 상추와 배추를 가꾸는 참여자들의 모습. 전남광주 동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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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전남광주 동구 대인동 골목입니다.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든 쪽방 주민들이 하나둘 모입니다. ‘들랑날랑커뮤니티센터’ 이용자들이 한 달에 두 번 나서는 ‘우리동네 골목청소’예요.
대인동과 계림동 일대는 옛 시외버스터미널이 떠난 뒤 여인숙과 모텔 일부가 저소득층의 장기 거처가 된 곳입니다. 동구의 2023년 조사에서 쪽방 주민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60대 이상이면서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었어요. 끼니와 위생을 챙기기 어렵고, 가족이나 친지와 왕래 없이 혼자 사는 주민도 많았습니다.
동구는 2024년 4월 쪽방 가까이에 들랑날랑커뮤니티센터를 열었습니다. 식사와 세탁·샤워·운동 서비스를 한곳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루 평균 50명이 식사를 하고, 약사가 찾아가 복약 상담도 합니다. 필요한 서비스를 한곳에 모았지만, 그 일을 센터 하나에 맡기지는 않았습니다. 동구 11개 부서와 병원·대학 등 26개 지역단체·의료기관이 역할을 나눴고, 쪽방 주민 지원 조례도 만들었어요.
다시 골목으로 가볼까요. 센터 이용자들의 골목청소는 올해로 3년째입니다. 한때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꺼렸다는 권진용(가명·74)씨는 “나도 이 마을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이용자 10여명은 텃밭도 가꿉니다. 직접 기른 채소는 센터 식당의 반찬이 되고요. 필요한 서비스를 사람 가까이 가져오자, 돌봄을 받던 주민 일부가 다시 동네 일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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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5일 성수수제화 희망플랫폼 앞에서 열린 ‘성수 스타일 플리마켓’에서 시민들이 신발을 직접 꾸미고 있다. 행사는 성동구와 한양대, 구두기업이 함께하는 타운매니지먼트 시범사업의 하나로 열렸다. 성동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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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풍력발전, 대형폐기물, 수제화 거리와 소셜벤처, 지역화폐, 쪽방 돌봄, 공공산후조리원과 전기자전거. 나란히 적어 놓고 보면 한 평가에서 나온 사례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제각각이에요. 그런데 질문 하나만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지역에서는 무엇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을까?”
- 경기 수원 누구 일인지 모호했던 비탈과 남는 급식 → 맡을 부서와 전달 경로를 정함
- 강원 태백 바람은 지역에서 부는데 수익은 지역에 남지 않던 풍력발전 → 시가 지분을 사고 시민도 투자할 길을 엶
- 경기 광명 소각·매립으로 가던 대형폐기물 → 다시 쓰일 길을 만듦
- 서울 성동 소셜벤처 같은 새 산업이 크는 사이 밀려나던 수제화 거리 등 기존 제조업과 상권 → 안심상가와 타운매니지먼트로 공존의 장치 마련
- 전남광주 영암 한 번 쓰고 끝날 수 있던 지역화폐 → 상인의 다음 소비까지 이어지게 함
- 전남광주 동구 쪽방 주민에게 잘 닿지 않던 끼니·위생·건강 서비스 → 가까운 거점과 협력망으로 모음
- 경북 예천 도청 신도시가 들어선 뒤 부족했던 정주 여건 → 공공산후조리원과 전기 공영자전거 등 생활 기반을 보완
문제도 정책 이름도 모두 다릅니다. 그런데 하나씩 뜯어보면 닮은 점이 보입니다. 일곱 곳 모두 떨어져 있던 것을 이었습니다. 학교와 복지관을, 주민의 소비와 사상인의 소비를요. 그렇다면 사람과 기관을 잘 이어주기만 하면 회복력이 생길까요?
평가에서는 그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갔습니다. 연구진은 후보 지역의 조례와 계획, 예산, 전담조직을 확인하고 계획에만 있는 사업과 실제 운영되는 사업을 가려냈어요. 준공·시범운영 단계라면 운영 실적도 따로 확인했습니다. 감사·수사, 정책 실패, 사회적 논란처럼 평가 취지와 부딪칠 사안도 따로 점검했고요.
선정된 일곱 곳의 공통점은 ‘연결’이라는 말 한마디로는 다 설명되지 않아요. 어디에서 문제가 풀리지 않는지 찾아내고, 그 일을 맡을 사람과 돈, 절차를 정해 실제로 움직이게 했다는 데 더 가까웠습니다. 이번 평가에서 확인한 지역회복력은 지역이 이미 가진 자원과 역량을 실제로 움직여 스스로 더 나은 쪽으로 나아가는 힘이었습니다. 버려지던 급식을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고, 태우던 폐기물을 다시 쓰고, 한 번 쓰고 끝나던 돈을 한 번 더 돌게 하는 것. 이미 있는 것의 쓰임과 경로를 바꿔 지역의 다음 길을 내는 모습도 그 안에 있었습니다.
지역마다 안고 있는 문제도, 쓸 수 있는 자원도 다릅니다. 그래서 어디에나 들어맞는 정답 하나를 찾기보다, 각 지역이 자기 문제를 어떻게 풀고 있는지 살피고 다른 곳에서도 참고할 만한 방법을 기록하려 해요. 올해 평가에서 ‘몇 등?’보다 ‘어떻게?’를 더 물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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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스피커스를 읽으며 혹시 떠오른 우리 동네 장면이 있으신가요?
버려지지만 다시 쓸 수 있는 것. 동네에서 벌지만 밖으로 빠져나가는 돈. 제도는 있는데 필요한 사람에게 닿지 않는 서비스. 모두의 문제인데 정작 맡을 곳이 없는 일.
반대로, 오래 멈춰 있던 동네의 무언가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 이야기를 알고 계신가요?
일곱 지역의 더 긴 이야기는 H-Local에서 이어집니다. H-Local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지역의 뉴스와 사람, 생활과 정책, 공동체의 변화를 취재하고 기록하는 지역 저널리즘 플랫폼이에요. 평가에 미처 담지 못한 지역의 변화도 계속 찾아갑니다. 여러분 동네에도 자기 방식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이야기가 있다면 스리슬쩍 알려주세요. H-Local과 스피커스가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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