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컬X사회혁신
구독자분들은 은행에 맡겨 둔 돈이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고 계신가요? 우리의 예금을 은행은 누군가에게 대출합니다. 어찌 보면 우리는 매일 어딘가에 투자를 하는 셈입니다. 다만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죠. 은행이 알려주지도 않고, 우리가 물어본 적도 없고요.
로컬에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지방소멸대응기금 1조원, 고향사랑기부제 누적금 3천억원. 돈은 분명 지역으로 흘러가고 있을 텐데 현장에선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대체 그 돈은 어디에 멈춰 있는 걸까요? 이 질문을 들고 스피커스는 지난 22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로컬X사회혁신 “사람을 머무르게 하는 자본과 방법론”>행사에 다녀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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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자본을 엮는 자본 오케스트레이션 사례. SOVAC 사무국 김소선 매니저 발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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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VAC(Social Value Connect) 사무국의 김소선 매니저는 금융의 속성을 짚는 것으로 행사의 문을 열었습니다. 금융은 지금의 현금 흐름으로는 일으킬 수 없는 미래 사업에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해 선제적으로 성장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리스크를 짊어질 수밖에 없죠. 보조금부터 융자, 투자, 신용보증 등 모든 금융 수단의 핵심은 결국 이 위험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있습니다.
시중 은행의 신용평가는 담보와 과거 데이터를 기계적으로 확인합니다. 지역이 품은 가치나 커뮤니티에 쌓인 신뢰 등 무형자산은 여기에 반영되지 않죠. 여전히 잘 모르는 영역이다 보니 가치가 과소평가되고 금융 접근성이 낮아집니다. 로컬이 위험한 게 아니라 로컬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 위험이 됩니다.
이 리스크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해외에선 특정 장소에 뿌리내려 투자하는 장소 기반 투자(Place Based Investing), 성격이 다른 공공 재원과 민간 자본 등을 엮어내는 자본 오케스트레이션 같은 접근이 나타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선 어떨까요? 지역에서 직접 사업을 통해 로컬의 한계를 저마다의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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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납세로 살처분 위기의 유기견을 구조해 돌보는 피스완코재팬 프로젝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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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2008년부터 개인이 원하는 지자체에 기부하면 답례품과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고향납세제도’를 운영해 왔어요. 매년 10조원 규모로 모금이 이뤄집니다. 2023년 시작한 한국의 ‘ 고향사랑기부제’는 이제 4년 차에 접어들었는데요. 지난해 모금액은 약 1500억원으로 일본과 비교하면 규모는 작지만, 성장률은 빠릅니다.
피스윈즈코리아 이동환 사무국장은 고향사랑기부제가 ‘기부’가 아니라 ‘세금’이라고 강조합니다. 현재 1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고 3만원 가량의 답례품을 받으니 참여하는 사람은 손해가 없습니다. 그는 “기부하세요”가 아니라 “연말정산 때 참여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예요”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해요. 일본의 고향납세는 일정 기부액까지는 본인 부담액 2000엔을 제외한 전액을 소득세와 주민세에서 공제받습니다. 일본의 제도와 비교하며 이동환 사무국장은 한국도 세액공제 한도가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넓어지면 시장이 10배로 뛸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세금을 돌려주는 제도에서 지역 문제해결과 변화에 투자하는 해결 중심의 접근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하지만 문제는 돈이었습니다. 유기견을 돌보고 훈련시키려면 공간과 인력 등 많은 자원이 필요합니다. 큰 비용에 고전하던 이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은 건 2014년, 고향납세제도를 활용하면서부터입니다. 안정적인 재원이 생기자 순항할 수 있었죠. 피스윈즈재팬은 진세키고원에 생태공원, 캠핑장을 조성해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지역을 만들었고, 고용창출에도 톡톡히 기여하고 있어요. 유기견을 구하려던 프로젝트가 지역을 살리는 거점이 된 셈이죠.
일본은 개별 단체를 지정해 기부할 수 있지만, 한국은 아직 지자체가 주도하는 지정기부 (취약계층 지원, 청소년 야구단 육성 등)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동환 사무국장은 플레이어들이 지역 문제의 ‘해결 조직’이 되어 구체적인 아이템으로 행정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요. 실제로 피스윈즈코리아는 광주 동구에 도심형 유기견 입양센터 ‘피스멍멍 프로젝트’를 지정기부로 열었습니다. 안락사 없는 보호를 원칙으로 시민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충장로 인근에 자리 잡았죠. 입양상담과 반려동물 교육 등을 진행하는 이곳엔 개소 6개월 만에 3천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다고요. 참, 피스윈즈코리아는 경기도 안성에서 ‘피스냥냥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제도가 조금씩 열릴 때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조직과 사람을 키워두자”는 이동환 사무국장의 이야기는 기부금이 지역의 진짜 변화로 이어지는 투자금이 될 수 있는 사례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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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한 광주 동구 ‘피스멍멍’ 유기견 입양센터. 피스윈즈코리아 이동환 사무국장 발표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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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이 청년이 떠나는 도시가 된 이유. 인액터스코리아 이고은 대표 발표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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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은 대표가 이끄는 ‘인액터스코리아’는 대학생들이 사회, 환경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조직입니다. 그 인액터스의 방법론을 지역에 심는 실험이 ‘리부트 울산’입니다.
왜 하필 울산일까요? 울산은 한국 산업화를 이끈 기업가정신이 태동한 도시입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11년째 전입보다 전출이 많은 도시로 꾸준히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요. 현장을 스터디하며 이고은 대표가 발견한 진짜 문제는 ‘돈’이 아니었습니다. 울산의 창업 생태계는 하이테크와 연구개발(R&D) 기반 제조업 중심의 창업 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요. 요즘 청년들이 관심 두는 IT, 서비스, 로컬 창업과는 갭이 있죠. 여기에 더해 창업 지원이 관 주도의 실적 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민간이 이끄는 실행 중심의 지원과 커뮤니티는 사실상 없는 상태입니다.
사실 특정 지역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지방소멸에 대응하려는 많은 지원사업과 자금이 하향식으로, 또 분절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정작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업을 연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 2024년의 기사를 인용했어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예산이 들어오면 지역을 망친다. (...) 100억~200억원씩 들여 건물 짓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전국에 비일비재하다. 돈이 들어가는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중앙 정부 주도의 지역 살리기는 실패했다.” 그는 지역에 정말 필요한 건 자원뿐만 아니라 선후배가 함께 배우는 학습 커뮤니티, 함께 성장하는 장이라고 정리했습니다.
그 답을 앞서 보여준 곳이 미국 콜로라도 볼더예요. 인구 10만명의 작은 도시지만, 창업가들이 스스로 커뮤니티를 만들었습니다. 리부트 울산은 이를 참고해 ‘애향 창업가(고향을 사랑하고 후배 양성에 진심인 선배 기업가)’를 멘토로 붙인 부울경 대학생 창업 부트캠프를 3개월간 파일럿으로 돌렸습니다. 참여한 학생들은 “서울이 아니어도 지역에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 지역 효능감을 얻었고, 멘토로 나선 애향 창업가들은 고향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부쩍 높아졌다고요.
인액터스코리아는 민간 주도의 울산 창업 생태계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한편 청년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5년의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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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트 울산 부트캠프 멘토로 나선 애향 창업가들. 인액터스코리아 이고은 대표 발표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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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함께해서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감정, 그걸 농사지으며 처음 느꼈어요.” 충북 괴산에서 표고버섯 농사를 짓는 뭐하농 이지현 대표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였기에 벅찼던 감정을 나누며 발표를 시작했어요.
농촌을, 농업을 사랑하는 그였기에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고요. 이지현 대표는 청중들에게 의사가 어떤 직업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었어요. 사람을 살리고 병을 고치는 직업이죠. 그렇다면 농부는 어떨까요? 농산물 기르는 사람, 고마운 사람이라고 부르지만, 여기에는 정작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담겨 있지 않아요. 행위로만 설명하죠. 이 대표는 10년을 농사를 지어 보니 이만큼 자연과 사람을 동시에 살리는 일이 없다는 걸 느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왜 농업을 낮춰 보는지 의문이 들었다고요. 그가 찾은 답은 농부와 농업을 오직 ‘농산물’로만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지현 대표는 “15만원짜리 표고를 사시는 분은 저를 특급 농부로, 8천원짜리를 사는 분은 저를 8천원짜리 농부로 생각한다”고 덧붙였어요.
그 인식을 바꾸려 청년 농부들이 모였습니다. ‘청년 농업인’이라는 이름이 제품에 붙는 순간 좋은 품질의 상품이 아니라 기부하듯 사는 구매가 일어나더라는 거죠. 기부성 구매가 아닌 제대로 된 상품으로 인정받고 싶어 이들은 ‘뭐하농’ 주식회사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함께 농사짓던 ‘친구’들이 ‘참여자’가 되어갔고, 함께한다는 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고요.
이지현 대표는 비즈니스를 고도화하고 가치 중심의 활동을 분리해 농라이프를 배우는 교육을 맡은 ‘주식회사 뭐하농’, 농라이프를 일상으로 잇는 공간과 제품을 선보이는 ‘에트하우스’, 농라이프를 함께 만들어가는 ‘사단법인 농’이라는 세 조직으로 정리합니다. 그는 지난 과정을 ‘크레이지 퀼팅(crazy quilting)’이라고 명명했어요.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각들을 이어 붙인 퀼트가 근사한 조각보가 되듯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어 온 뭐하농의 도전이 멋진 그림이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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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충북 괴산군 뭐하농하우스에서 열린 농게더링 포럼. 뭐하농 이지현 대표 발표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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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는 유통과 생산 같은 목적성 모임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농촌에서 농사를 짓지 않는 청년이 절반은 넘는다고 해요. 이들은 작가, 교육자, 공간운영자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농촌을 살아갑니다. 농부만의 모임이 아닌 농촌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삶을 나누고 취향을 공유하는 모임이 필요했던 거죠. 그렇게 ‘농(農)’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는 왜 농촌에서 살아가는가’를 묻는 ‘농게더링’이 2023년 시작됐습니다. 첫 모임엔 제주를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 80여명이 모여 새벽 4시까지 울고 웃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꺼냈다고요. 이제는 매년 농부, 농크리에이터, 정부 관계자, 연구자, 일반인 등 농라이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지역과 활동을 나누게 됐습니다.
이지현 대표는 “정답은 모르겠지만, 해법은 찾아가는 것 같다”며 발표를 마무리했어요. 고민을 모아 아젠다를 만들고, 또 경험을 연결해 실천으로 만들어가는 그 움직임을 응원할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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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던졌던 질문, 기억하시나요? 우리 돈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20년 넘게 대안금융 현장에서 활동해 온 안준상 사회연대은행 상임이사는 그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돈의 흐름을 바꿔보자고요! 정책금융, 제도권 금융이 소셜 섹터로 흘러오게끔 변화를 만들기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실제 그렇게 만들어진 자금이 현장에 적절히 투입되고 있는지도 살펴본 지점입니다.
예를 들어, 전국의 226개 지자체 중 단 13곳이 사회연대경제기금을 두고 있는데요. 그마저도 조성 기금의 26.3%는 은행에, 38.5%는 지자체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에 예치돼 잠자고 있습니다. 집행되더라도 직접 대출이 아닌 보조금 중심의 단순 소모성 지출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요. 애써 만든 기금도 지자체장이 바뀌면 한순간에 사라집니다.
안 상임이사가 강조하는 건 ‘당사자성’이었어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미션 에셋 펀드(Mission Asset Fund)는 이웃 10명이 매달 조금씩 모아 차례로 서로에게 돈을 빌려주는 ‘렌딩서클 (Lending Circle)’을 운영해요. 상환율은 무려 99%!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저신용, 이민자들은 렌딩서클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또 이 기록으로 제도권 금융에 접근할 수 있는 신용을 쌓습니다.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고, 서로의 참여로 커뮤니티를 살리는 셈이죠. 당사자의 참여와 책임성에 기반한 금융이랄까요?
그는 “무언가 바뀌는 것 같지만 하나도 안 된 것 같고, 다 될 것 같은데 하나도 되지 않는 요즘”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다양한 주체 사이의 작은 연대가 길을 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모임에 참석한 우리가 1만원씩만 모아도 100만원이라며, 여기서부터 뭔가 시도해볼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괜히 가슴이 뛰었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일단 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그 무언가란 위험을 감수하고 실험을 받아들이고 상상력을 펼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질문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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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피커스> 어떠셨나요?
지원사업은 많지만 사람과 사람을 잇지 못하고, 지역의 가치는 제도권 금융에선 다뤄지지 않습니다. 사업도 돈도 있지만, 현장에서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건 흐르지 않고 어딘가에 고여 있기 때문이겠죠.
그 물길을 여는 열쇠는 로컬을 위험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읽어내고, 참여와 책임에 기반해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에 있을 겁니다. 작은 만남과 연대가 그 가능성을 변화로 바꾸는 첫걸음이 되겠지요.
스피커스는 8월 한 달 짧은 여름 휴가를 보내고 오려 합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세요! 곧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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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speakers@hani.co.kr서울시 마포구 효창목길 6 한겨레신문사 3층 02-710-0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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