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악동네사람들 요즘 ‘지방소멸’이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자주 듣다 보니 감각이 무뎌진 것 같아요.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큰 문제 앞에서 느끼는 막막함과 좌절감이 더해지면, 오히려 외면하고 싶어지기도 하고요. 인구감소, 고령화, 돌봄 공백이 동시에 벌어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시장이 내놓는 해법은 대부분 외부 자원의 투입입니다. 시설을 짓고, 예산을 배분하고, 전문 인력을 파견하는 방식이죠. 물론 필요한 접근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닿지 않는 곳이 있어요.
소멸은 사실 아주 구체적인 장면들로 다가오거든요. 마을회관에 모이던 어르신이 어느 날부터 안 보인다 싶으면 집에서 한참 떨어진 요양병원에 가셨다는 말이 돌아옵니다. 아이들이 다니던 동네 어린이집은 폐원 위기에 처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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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25일, 충남 아산시 송악면 ‘송악마을공간 해유’ 마당에서 열린 ‘송악마을예술제’에서 지역 주민과 학생, 학부모들이 야외 공연을 즐기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송악동네사람들과 송악마을교육네트워크 오늘이 공동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700여명이 참여했다. 사회적협동조합 송악동네사람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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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 송악면은 아산시에서 면적이 가장 넓지만, 인구는 3900명 남짓한 전형적인 농촌마을입니다. 한때 폐교 위기에 놓였던 초등학교를 주민들이 직접 살려낸 곳이기도 해요. 그 경험 위에 2016년 33명의 조합원으로 출발한 ‘ 사회적협동조합 송악동네사람들’이 세워졌습니다. 올해 딱 10년이 된 송악동네사람들에는 127명의 조합원이 함께하고 있어요. 마을의 문화·예술, 어르신 돌봄, 커뮤니티 카페, 수의 제작 공방 등 다양한 활동과 사업을 펼치고 있죠.
재미있는 건, 이게 처음부터 기획된 일이 아니라는 거예요. “우리 이런 거 필요하지 않겠어?” 하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그러면 이런 거 어때?”하고 누군가 제안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하는 식이었다고요. 그렇게 바느질 수업이 수의(壽衣) 공방이 됐고, 아이 돌봄이 어르신 돌봄으로 이어졌습니다. 어떻게 이 모든 일이 가능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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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마을공간 해유’의 1층은 송악동네사람들, 2층은 송악반딧불이지역아동센터로 나누어 운영된다. 1층에는 카페 ‘놀다가게’와 제로웨이스트샵이 있다. 다양한 세미나와 활동, 축제 등이 ‘해유’를 중심으로 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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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동네사람들의 뿌리는 협동조합 시작보다 훨씬 앞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부모 대신 조부모 손에 맡겨진 아이들이 마을에 급격히 늘었어요. 방과 후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해 마을 주민 두 명이 마을회관 빈방을 빌려 돌봄 공부방을 열었습니다. 그게 지금 ‘송악마을공간 해유(이하 해유)’ 2층에 자리한 ‘반딧불이지역아동센터’의 시작이었어요.
아이들이 모이니 학부모들이 모였고, 학부모들이 모이니 마을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해온 사람들이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을 계기로 협동조합 설립을 논의하기 시작했어요. 의욕적으로 외부 강사를 초대해 협동조합 공부를 했지만, 너무 어려웠어요. 그렇게 준비위원회만 꾸린 채 3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송악동네사람들 유채영 이사장은 그 시간이 허비됐다고 하지 않아요. 매달 모임을 이어가고 작은 마을 사업을 함께 도모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죠. 유 이사장은 “3년 동안 서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탐색하는 시간이 됐어요”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쌓인 관계가 2016년 협동조합의 토대가 됐습니다.
그 관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광목 수의를 짓는 ‘ 해유공방’의 이야기가 잘 보여줍니다. 마을에서 바느질 수업을 이끄는 김미아씨의 꿈은 수의를 직접 짓는 것이었습니다. 살아온 삶의 의미와 위로가 담긴 광목 수의를 짓고 싶다는 꿈이었는데, 혼자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웠습니다. 마을 안에서 이야기를 꺼내자 “함께 해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렇게 교육과정이 만들어졌고, 광목 수의를 짓는 팀이 생겼습니다. 필요를 이야기하고 누군가 제안하면, 관심과 재미를 느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실천하는 것! 송악동네사람들의 지난 10년간 일을 만들어온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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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바느질을 함께 배우다 광목 수의를 짓는 팀이 됐다. 해유공방에서는 재봉과 자수는 물론 업사이클링 수업 등 생활의 기술을 배우는 다양한 활동이 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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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유’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으로 지어진 건물입니다. 농산어촌 곳곳에 이런 건물들이 꽤 많아요. 그런데 완공 뒤 운영 주체를 찾지 못해 비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해유도 처음엔 1년 가까이 비어 있었어요. 송악동네사람들이 마을 추진위원들을 찾아다니며 운영 계획을 직접 설명하고 설득해 위탁을 맡았다고요. 건물 유지비와 운영 경비도 고스란히 협동조합의 몫이었지만, 그럼에도 해유에 들어온 건 협동조합에게도 공간이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공간이 있기 전에도 마을 모임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돌아간 저녁에 빈 공간을 몰래 사랑방처럼 사용하며 협동조합 공부도 하고, 마을 모임도 진행했죠. 유채영 이사장은 “공간이 생기고 커뮤니티가 만들어진 게 아니라, 커뮤니티가 있던 곳에 공간이 생긴 것”이라고 말합니다.
공간을 얻었다고 해서 운영이 쉬어진 건 아니었어요. 운영은 늘 빠듯했습니다. 2022년 아산시로부터 처음으로 운영비를 받았을 때 숨통이 트였지만, 이듬해 지자체장이 바뀌면서 지원이 끊겼습니다. 유 이사장은 “(사업이)잘 돌아가면 크게 하고, 안 돌아가면 정말 작게 하고, 그렇게 10년을 버텼어요. 어느 해엔 상황이 나아지기도 하고, 또 어느 해엔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 활력을 불어넣기도 하더라고요. 이게 마을이다 싶어요”라며 담담히 말합니다. 외부 지원이 끊겨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처음부터 관계로 쌓아온 토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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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협동조합 송악동네사람들’은 농촌이 직면한 인구감소, 고령화, 돌봄의 공백을 마을교육, 마을돌봄, 마을문화를 통해 능동적으로 극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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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버텨온 송악동네사람들은 이제 전국에서 학습을 위해 찾아오는 선진 사례가 됐어요. 송악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매번 묻는 게 있다고요. “어떻게 하면 빨리 마을이 변화할 수 있냐”는 질문과 “함께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유채영 이사장은 첫 번째 질문에 매번 같은 이야길 한다고 해요. “건물은 하루아침에 들어설 수 있지만, 그 건물 안에 내용을 채우고, 채워진 내용이 지역사회의 문화가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결과가 빨리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송악동네사람들의 지난 10년이 증명하는 건 결국 시간과 관계라는 거죠.
두 번째 토로에 유 이사장은 마을 활동을 하는 건 의무감이 아니라 그 안에서 찾는 재미라고 말합니다. 뜻이 맞는 사람 서넛이 모여 서로 즐거운 일부터 시작해보는 것, 그게 마을 활동의 출발점이라고요. 송악동네사람들은 마을 일이 힘들고 고되다 싶으면 잠깐 내려놓고 놀러 가기도 한다고 해요. 유 이사장은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밖에서 볼 때 활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란 이야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입니다. “본인의 감동이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도 마을 활동을 설득할 수 있어요. 마을 활동의 자기 감동은 스스로 찾아야 하죠”라고요. 스피커스 구독자분들은 마을에서, 혹은 회사에서 자기만의 감동을 찾고 계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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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협동조합 송악동네사람들’에는 마을주민이 삶을 함께 나누고 관계를 다지는 다양한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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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4일 오후 2시, 해유 1층 모임 공간에서 제로웨이스트 동아리 모임이 열렸습니다. 통칭 제로동아리는 지구와 환경을 위해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조합원 모임입니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조합원들은 올 한 해 어떤 활동을 펼칠지 이야기 나눌 준비가 된 모습이었어요. 시작은 동아리장 최윤진씨가 준비한 명상이었습니다. 꽃차를 나누며 시작한 명상은 식사 뒤 나른함을 달래는 작은 배려였죠.
본론으로 들어서자 활기를 띠었습니다. 홍승미씨는 퍼머컬쳐(permaculture) 텃밭 활동을 제안했어요. 꽃과 허브, 나물류 등 다양한 작물을 심어 서로 보완하며 먹을 수 있는 정원을 만들자는 것인데요. “나를 살리고, 마을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거잖아요. 송악마을에 이런 텃밭이 많아지면 좋겠어요”라며 퍼머컬쳐 활동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설명했어요. 최윤진씨는 친환경 화장품 연구 모임을 제안했습니다. 불필요한 용기와 성분을 줄이는 것 자체가 제로웨이스트 실천이기 때문이죠.
한 시간 반이 넘는 열띤 논의는 밀랍초 만들기로 마무리됐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닌데, 이 열정과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마을 카페 이름에서 힌트를 찾아봅니다. 해유 1층에 있는 마을 카페 이름은 ‘ 놀다가게’입니다. 송악동네사람들의 초대 이사장은 “인생 뭐 있냐, 화끈하고 신나게 즐겨보자”는 이야길 종종 했다고요. 알고 보면 송악동네사람들의 기치는 ‘신나게 재미나게 놀자’가 아닐까요? 거기에서부터 새로운 일을 꿈꾸고, 만들고, 이어가는 에너지가 나오는 것이고요. 유채영 이사장은 “마을 사람과 만나서 뭔가를 도모하다 보면, 그게 남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내가 뭘 배우기도 하고, 성장하기도 하고요. 그게 재미거든요”라고 말합니다. 송악동네사람들의 디엔에이 (DNA)엔 재미와 열정이 깊이 새겨져 있을지도요! 10년을 버텨온 힘은 사명감보다 즐거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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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피커스> 어떠셨나요?
이번 스피커스는 충남 아산시 송악면에서 10년째 마을을 함께 만들어온 ‘사회적협동조합 송악동네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거창한 계획보다 관계가 먼저였고, 사명감보다 즐거움이 더 큰 동력이었습니다. 구독자분들 주변에도 작은 제안 하나로 시작된 일이 있으신가요? ‘스리슬쩍 알려주기’에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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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speakers@hani.co.kr서울시 마포구 효창목길 6 한겨레신문사 3층 02-710-0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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