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연대금융의 재설계
협력이 자산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을 찾고 싶어 한 세미나에 참여했습니다. ‘사회연대경제기본법’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사회연대금융의 재설계’를 주제로 학계, 기업, 정부가 함께 지혜를 모으는 자리였는데요. 사회연대경제, 사회연대금융…단어부터 낯설고 어려운 주제 같지만, 사실 한국 사회에서 사회연대경제가 터를 잡은 건 어느덧 20년 가까이 됐답니다.☺️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공제회 등 다르게 표현될 뿐 일상 곳곳에 숨어있죠! 사회연대경제는 이들을 묶어 공동체·협력·연대의 가치를 우선으로 합니다. 무한경쟁, 승자독식이 자리한 자본주의 경제에서 새로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죠. 그 대안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돈’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같은 화폐라도 어떻게 모으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치는 달라집니다. 사회연대금융은 공적인 목적으로 운용되고 신뢰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금융과 다릅니다.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 실현이 함께 이루어질 때 사회연대경제가 실현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지난 20년간 한국의 사회연대경제는 어떤 성과를 만들어냈고, 앞으로 어떤 미래를 설계해야 할까요? 사회연대금융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현장 전문가가 나눈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시죠.
|
|
|
지난 3월 31일, 한양대학교 국제관에서 ‘사회연대금융의 재설계’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발제 후 참여 소감을 나누고 있다.
|
|
|
3월 31일, 한양대학교 국제관에서 ‘사회연대금융의 재설계’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사회연대금융을 가장 먼저 실천해온 ‘ 사회연대은행’이 이제까지 한국 공적기금 운용의 성과와 한계를 짚었습니다. 이어 미국의 지역개발금융기관 (CDFI)과 기업공제회를 사례로 국내외 사회연대금융 모델도 살펴보았는데요. 사회가치투자에 대한 기업 관계자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발제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공적기금을 잘 운용하는 한편, 사회연대경제 주체가 자금을 모아 생태계를 조성하고 자생력을 갖추자는데 공감했습니다. 정책금융 지원에 의존하면 지속가능한 사회연대경제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외부 지원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돈을 모으고 운용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 이것이 이날 논의의 핵심이었습니다. 즉, ‘연대와 협력’이 금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내가 손해 볼까 참여를 주저한다면 사회연대금융 실현은 어려울 겁니다. 결국, 사회적 신뢰 관계에 기반해 직접 돈을 내고, 쓰고, 모아야 하죠! 논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
|
|
① 10년의 노력, 사회연대은행의 성과와 도전 |
|
|
안준상 사회연대은행 상임이사는 기조발제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 사례로 대학생 학자금 부채상환 지원사업을 소개했습니다. 사회연대은행은 높은 대학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해 고금리 부채로 신용유의자가 된 대학 (원)생을 위해 2012년 학자금 부채 해소 지원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24년까지 200억원 규모의 재원이 투입되었고, 연 2%라는 낮은 금리로 학자금 대출을 진행했습니다. 사업 목표는 한 가지였습니다. 다중 부채 관계와 고금리로 경제활동 자체가 어려워진 학생들의 숨통을 틔워주자는 것이었습니다.
안 이사는 이 사업이 단순 대출 지원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재무교육과 취업활동 지원은 물론 의료나 주거로 긴급한 상황에 놓인 대상에게는 긴급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사회적 책임도 함께 수행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 사업에 경제적 이익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사회적 가치가 있다”며, 이를 측정하는 도구로 ‘사회투자수익률(SROI)’ 개념을 사용했습니다.
SROI란 투자한 돈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화폐 단위로 환산한 지표로,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인 사회적 효과에 주목합니다. 사회연대은행은 200억을 투입해 대출이자 절감이라는 직접 효과만을 화폐로 따졌을 때 약 136억8천만원의 사회적 가치가 창출된 것으로 계산했고, 이를 바탕으로 SROI는 0.74배를 달성했다고 합니다.
|
|
|
SROI는 총 투자금 대비 사회적 가치 창출액을 살펴본다. 안준상 사회연대은행 상임이사 발제자료에서 발췌. |
|
|
다른 투자 수익률과 비교하면 0.74배는 손해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 이사는 이 수치가 측정 가능한 항목에만 한정한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장기적 효과가 누적될수록 수치는 올라갈 수 있고요. 예를 들어, 대출이자 부담을 덜어낸 학생들의 취업이나 창업에서 발생한 고용 또는 매출 증가분까지 추적할 수 있다면, SROI는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그 전체를 정확히 측정할 방법이 없다는 한계도 덧붙였습니다.
사회연대금융을 달리 표현하면 ‘신뢰관계 기반 금융’입니다. 기존 금융에서 말하는 신용도와 다릅니다. 일반 금융기관은 이익과 손해를 우선 따진다면, 사회연대금융은 공적기금의 성격 위에 사회적 가치를 함께 고려해 투자합니다. 자금 회수율이 낮더라도 금융 취약계층에게 대출 지원이나 채무 경감을 해줄 수 있죠. 국내에서는 사회연대은행을 비롯한 큐네스티, 서민금융진흥원 등이 이런 성격의 금융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아직 뚜렷한 구심점 없어 개별 단위로 움직이고 있지만,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 제정되고 안정적으로 모델을 구축한다면 지속 가능한 사회가치투자를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
|
|
미국의 CDFI는 낙후지역개발 목적으로 민간이 정책자금을 운용한다. 게티이미지 제공. |
|
|
CDFI는 낙후지역 개발과 빈곤층의 금융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조성된 정책기금을 운용하는 기관입니다. 미국의 정책금융은 주로 두 가지 유형의 중개기관을 통해 배분되는데, 민간 소유 기관과 공적기금 설치 법률에 따라 인증받은 민간 금융기관이나 비영리법인이 그 역할을 맡습니다. CDFI도 공적기금을 운용하는 중개기관이죠.
CDFI 인증 유형은 총 4가지로 지역은행, 신용조합, 비영리법인, 벤처기금을 운용하는 영리법인이 있습니다. 한국도 공적기금을 운용하는 기관 유형은 다양하지만, 미국은 매년 기관 인증을 새로 받아야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1년이 지나면 중개기관 자격을 잃기 때문이죠. 조 소장은 약 5천억원 규모 공적기금이 운용되며 2026년 1월 기준 총 1383개 CDFI가 참여하는 만큼 관리·감독도 엄격하다고 말합니다.
CDFI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 특화 정책금융이라는 점입니다. 낙후지역 개발이 목적이므로 민간 중개기관도 관계 기반 금융 사업을 펼칠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비영리법인인 사회연대은행이 있지만, 서민금융진흥원 같은 공적 기관을 통한 정책금융 사업이 중심입니다. 조 소장은 공공과 민간이 함께 기금을 조성하고 운용할 수 있는 경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정책금융기관 중 지역개발을 명시한 곳은 한국산업은행이 유일하며, 대부분은 수도권 집중 완화를 목적으로 하지만 여전히 낙후지역 개발에는 소홀하다고 지적도 덧붙였습니다. 발제 후 참석자들은 지역은행이나 협동조합, 공제회 등 지역사회에 뿌리를 둔 사회연대경제 조직이 미국의 CDFI처럼 지역 특화 정책금융을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
|
|
기업공제는 사회연대경제 조직 대출 지원부터 투자기금 조성까지 다양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
|
|
하재찬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는 ‘재단법인 밴드’를 사례로 지역 기반 사회연대경제 생태계 강화를 위한 기업공제회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밴드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소셜벤처 등 사회연대경제 조직에 대출을 지원하거나 성장기에 들어선 기업에게 투자하는 등 여러 금융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참여 기업 수는 372개, 기금은 165억에 달하는 만큼 관심도와 참여도가 높습니다.
하 이사는 이러한 성과를 짚으며, 사회연대경제 조직일수록 일반 시장과 작동방식이 다르므로 기업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보통 기업은 주식으로 자본을 조성하지만, 사회연대경제에 기반한 기업은 관계에서 자본을 형성하는 구조이므로 빠른 속도가 불가능하며 투자금 회수가 오래 걸립니다. 기업공제가 있다면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성장에 필요한 시간을 버틸 수 있다는 것이죠.
이어 그는 이제까지 사회연대경제는 개별 사회적기업을 인증하고 관리하는 일에 매진하느라 생태계를 조성하고 자립 기반을 만드는 일에 소홀했다고 회고합니다. 지금 구조는 사회연대경제 조직을 수동적인 자금 수요자로 바라볼 수밖에 없고, 정책이나 제도도 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는 것이죠. 이는 지속력과 자생력을 키우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업공제회를 통해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이 자금을 모아서 운용할 때 자생력이 생기고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죠. 덧붙여 정책자금도 공제회를 통해 운용한다면,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성장 속도와 가치를 고려해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지원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런 긍정적 효과에도 하 이사는 현재 사회연대경제 조직이 기업공제회를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지적합니다. 지금 법체계에서는 임의 공제회 형태로만 설립할 수 있습니다. 공제회가 높은 공신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기금 운용을 하려면 법과 제도로 보장된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논지입니다. |
|
|
발제가 끝날 때마다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펼쳤는데요. 모두 사회연대경제에서 오래 일해 온 전문가라 주제의 깊이가 남달랐습니다. 세미나를 기획하고 사회를 맡은 김종걸 한양대학교 교수는 종합토론에서 사회연대경제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사회연대경제 정책을 활성화하고 법을 제정하는 등 제도화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자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청년들이 어떻게 하면 사회연대경제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 제도화 이후의 10년 뒤, 20년 뒤를 얘기해보자는 것이죠!
이외에도 임팩트투자에서 현장에서 활동하는 기업 대표, 사회혁신을 실천하는 단체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요. 사회연대경제는 결국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가져가는 일이라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이번 세미나가 공허한 발언으로 남지 않게 스피커스는 앞으로도 꾸준히 사회연대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
|
|
📝이번 <스피커스> 어떠셨나요?
이번 스피커스는 사회연대금융을 주제로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법 제정을 앞두고 현장의 고민을 듣는 자리라 열기가 뜨거웠는데요. 여러분은 사회연대경제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스리슬쩍 알려주기’에 여러분 생각 나눠주세요. 소중하게 읽고, 천천히 고민하며 더 나은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
|
|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speakers@hani.co.kr서울시 마포구 효창목길 6 한겨레신문사 3층 02-710-0070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