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지역회복력평가 👴“이야기책이 출간되면 우리 마을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별량면 주민자치회 정형준(64) 위원)
👧“별량면을 더 많이 알릴 수 있고, 자긍심도 높아질 겁니다.”
(‘별량면 국가유공자 이야기책 만들기’를 제안한 ‘은혜 갚는 별량’팀의 전채윤(12·송산초 6학년) 학생)
지난 6월 26일 오후 2시, 전남 순천시 별량면 동송리 순천별량중학교 복합문화관 2층. ‘ 제5회 별량청소년정책마당’이 열렸습니다. 별량면 소재 송산초, 별량초, 순천별량중 3개 학교에서 15개 팀이 참가했죠.
학생들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마을의 빈 곳을 찾아내 정책으로 제안하고, 그 필요성을 또박또박 설명했습니다. 학생들이 알록달록 정성스레 꾸민 정책 보드판 사이를 지나가다 보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질 만큼, 현장은 6월의 따사로운 햇살보다 더 밝고 청량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에게는 매우 놀라운 모습이 펼쳐졌어요. 주민들이 각 부스마다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질문하시더라고요. 특히 파란 조끼를 입으신 별량면 주민자치회 소속 위원들은 정책 취지, 필요 인력, 예산까지 꼼꼼히 묻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학생들을 단순히 ‘아이’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정책 제안자’로 대하고 있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학생들 역시 어른들의 질문에 당차고 또렷하게 답했고요. 세대를 넘어 모두가 동등한 공동체 일원으로서 마을을 고민하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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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6일 전남 순천시 별량면 동송리 순천별량중학교 복합문화관에서 열린 ‘제5회 별량청소년정책마당’ 모습. 순천별량중학교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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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별량청소년정책마당’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선생님. 순천별량중학교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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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량청소년정책마당은 순천시 별량면 3개 학교와 주민자치회가 매년 함께 여는 행사입니다. 2021년 순천시가 관내 24개 읍면동 전체에 주민자치회를 도입한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별량면 주민자치회가 먼저 3개 학교에 정책마당을 제안했다고 하죠. “학생들이 정책을 제안하면 반드시 예산에 반영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말입니다.
이를 계기로 3개 학교 선생님들이 힘을 합쳐 정책마당을 출범시켰습니다. 별량면 주민자치회와 정책마당을 공동 기획한 이만옥 송산초 교사는 정책마당이 마을과 공동체, 주민자치의 의미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정책이 실현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정책 제안 과정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고 깨우쳐가는 과정이 너무 소중합니다. 예를 들어 ‘은혜 갚는 별량’팀 같은 경우, 정책을 준비하면서 마을에 계신 유공자분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 듣는 과정에서 책에는 없는 내용들, 글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배웠거든요. 학생들의 정책이 마을 정책으로 선정되면 정말 좋지만, 선정되지 않아도 ‘우리끼리 해보자’ 하며 직접 실행에 옮기기도 해요.”
이러한 정책 마당은 어른들에게도 새로운 시각으로 마을을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지난해 6월 열린 제4회 별량청소년정책마당에서는 총 16건의 정책이 제안됐고, 이 중 3건이 채택돼 올해 별량면 마을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지난해 마을총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정책을 제안한 학생들이 직접 나서 정책 취지 등을 설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참, 지난해 채택된 3건의 정책은 아래와 같습니다.😊
- 야생동물 로드킬 방지판 설치 (‘동물들도 생명이다’팀)
- 폐형광등·건전지 수거함 설치로 환경 보호 (‘분리 배출을 아시나요?’팀)
- 청소년 문화 활동 기회 확대 (‘프로듀스 별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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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량청소년정책마당은 세대를 아우르는 풀뿌리 민주주의 현장입니다. 처음 정책마당을 제안하고, 매년 학생들의 정책을 선별해 실현해나가는 주민자치회의 역할이 크게 느껴집니다.
여기서 잠깐! 주민자치회를 처음 들어보신 분 계실까요?😎
생소하시다면, 당연합니다. 거주하시는 곳에 주민자치회가 없을 수도 있거든요.😄
우리나라는 주민 복리 증진과 지역공동체 형성을 핵심 목표로 2010년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현재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2023년 7월 시행)으로 통합 운영)을 통해 읍·면·동 주민자치회 설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어요. 의무사항은 아니며, 각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 순천시는 2013년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2019년 8개 지역에서 시범 운영을 거쳐 2021년 관내 24개 읍·면·동 전역에 주민자치회를 전면 시행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친숙한 통반장(통장·반장)과는 무엇이 다를까요? 통·반장 제도는 행정동 또는 읍·면의 하부 행정조직(통·반)에서 행정 실무를 지원하는 대표자를 임명해 운영하는 제도입니다. 통·반장은 주로 행정기관과 주민을 연결하고 각종 고지서 및 통지서 배부, 행정시책 안내, 민원 전달, 복지 대상 발굴 등 행정보조 역할을 수행해요. 임명은 공개모집 및 주민추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며, 최종적으로 읍장·면장·동장이 위촉하죠.
반면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직접 참여해 마을의 주요 의사결정과 사업을 추진하는 자치기구입니다. 자치계획 수립, 주민총회, 마을사업 실행 등 주민 주권의 실현과 민주적 운영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위원회 형식으로 구성되어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활동하며, 실질적인 주민 참여와 지역자치의 중심 역할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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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별량 청소년 정책마당’이 지난 6월26일 오후 전라남도 순천시 별량면 동송리에 있는 순천별량중학교 별더숲(복합문화관)에서 열렸다. 별량초, 송산초, 순천별량중에서 15개 팀이 마을에 필요한 정책을 발굴해 제안했다. 정책을 제안한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 마을 주민, 주민자치위원회가 함께한 청소년 정책마당 현장은 마을잔치를 연상케 했다. 별량면 주민자치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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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잠깐! 정책을 운용하고 사업을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말입니다. 도대체 무슨 돈으로 크고 작은 사업들을 진행하는 걸까요?🤔
비밀은 바로 주민세 환원! 주민세(住民稅)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주민 또는 사업장에 부과하는 지방세로, 일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사업소를 둔 개인·사업자 및 일정 조건의 종업원에게 부과됩니다. 쉽게 말해, 지역 구성원이 지역 발전을 위해 내는 세금입니다.
순천시는 2021년 주민자치회 전면 시행과 함께 주민세 징수액 전액을 각 읍·면·동 주민자치회 사업 재원으로 환원하고 있어요. 2024년 기준 읍·면·동별 환원 금액은 최소 2000만원에서 최대 1억9000만원에 달합니다. 인구가 적어 주민세가 2천만원에 못 미치는 지역은 순천시에서 그 차액을 보전해 줍니다. 별량면의 경우 내년도 주민세 환원금은 2330만원이며, 주민참여예산 약 1억4000만원이 배정되었습니다.
이러한 예산은 ‘마을계획단’을 통해 사업이 구성되고 실행됩니다. 마을계획단은 읍·면·동별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공개모집을 통해 다양한 세대와 계층으로 구성됩니다. 마을 자원 현장조사(‘동네한바퀴 돌아보기’ 등)를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여 마을 의제를 발굴하고, 워크숍과 토론을 거쳐 사업 우선순위를 논의합니다. 이렇게 마련된 마을계획은 읍·면·동 주민총회에서 투표로 최종 결정되어, 주민참여예산이나 주민세 환원사업 등 실제 마을사업에 반영된답니다.
지난해 각 읍·면·동 주민총회에서는 2025년에 실행할 자치 사업 81건(약 10억원), 주민역량강화사업 281건(약 42억원), 소규모시설사업 387건(약 65억원)이 주민투표로 확정되었어요. 주요 사업으로는 ▲취약지역 아동·청소년 문화 체험 ▲어르신 안전 생활환경 개선 ▲마을 공동육아 교육 프로그램 ▲취약계층 식생활·마음 건강 지원 등 복지 분야와 ▲쓰레기 감소 및 자원순환 실천 ▲주민화합 마을 축제 ▲공원 시설물·산책로·유휴공간 정비 등 정주 여건 개선 사업이 포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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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2~13일 진행된 순천시 왕조1동 주민자치회가 주관한 ‘다시피어나라 꽃청춘 장수인생사진촬영’ 모습. 주민세 환원사업의 하나로 추진된 이 사업은 80세 이상 저소득층 어르신 74명을 대상으로 사진 촬영 행사를 진행했다. 순천시 왕조1동 주민자치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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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3일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에서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5대 국정목표 중 세 번째인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에서는 ‘자치분권 기반의 균형성장 국가 실현’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주요 내용 중 하나로 주민자치회를 본격 시행하고, ‘주민이 선택하는 읍·면·동장제’를 시범 실시함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죠.
순천시는 ‘2025 한겨레 지역 회복력 평가’에서 강소도시 1위를 했어요. 강소도시는 수도권 및 광역시 산하 지자체를 제외한 기초지자체 중에서 회복력을 평가한 것이죠. 수도권 및 광역시 인프라 없이 오롯이 지자체가 가진 힘을 더 잘 볼 수 있는 부문이기도 해요.
순천시는 주민자치회를 활발히 운영하며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주민자치 역량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주민이 직접 마을의 미래를 설계하고 예산을 집행하며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이 과정은 순천시가 가진 지역 회복력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어요. 이처럼 주민자치의 힘은 마을을 지키고 키우는 실질적인 원동력이에요. 이를 잘 발전시키고 뒷받침하는 행정의 역할도 아주 중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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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피커스> 어떠셨나요?
청소년 정책마당이 열린 별량중의 별더숲(복합문화관)은 참 예쁜 곳이었습니다. 밝은 자연채광과 넉넉한 공간 구성,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옆 벽면에는 책들과 햇살이 가득했죠. 마을 주민들이나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별더숲을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모습을 보며, 마을의 ‘살롱’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정책 제안을 하기에는 어린 초등학생들도 많이 보였는데요. 형·누나·언니·오빠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들도 내년 혹은 내후년을 준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별량, 그리고 순천의 풀뿌리 힘은 쑥쑥 자라나고 있었어요!
스피커스가 더 생생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스리슬쩍 알려주기를 통해 생각 나눠주세요. 소중하게 읽고, 천천히 고민하며 더 나은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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