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빈집 정책 세미나
‘빈집’은 글자 그대로 ‘비어 있는 상태의 집’입니다. 문제는 유휴공간으로 방치된 상태가 장기화될 때 범죄·안전 문제, 주택 공급의 비효율, 지역 커뮤니티 붕괴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겁니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현상이 맞물려 나타나는 빈집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다양한 접근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시도들이 국내외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해외에서는 어떤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스피커스는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1유로 프로젝트 (1EURO PROJECT) 북가좌점’에서 열린 < 빈집활용: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한 정책 제언> 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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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1유로 프로젝트 북가좌에서 ‘빈집활용: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한 정책 제언’이라는 주제로 한국부동산원의 해외 빈집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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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빈집 관리를 위해 ‘농어촌정비법’,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와 농·어촌에 적용되는 법률이 다르고 담당 부처도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로 나뉘어 있어 종합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부동산원에서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영국, 프랑스, 일본 등 해외 국가들의 빈집 관리 정책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에 적용 가능한 시사점을 모색했습니다. 특히 ‘빈집세’와 같은 조세 정책부터 지역사회 참여형 빈집 활용 방안까지 다양한 접근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함께 살펴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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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프랑스 모두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세금 정책을 활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접근 방식과 문화적 배경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영국은 주택가격 급상승과 공급 부족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런던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빠르게 올랐고, 연간 주택 공급량은 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2024년 10월 기준 영국에는 71만9470호의 빈집이 있는데, 이 중 6개월 이상 방치된 빈집이 약 26만5000호(전체 주택의 약 1%)에 달합니다.
영국에서 빈집 관리의 핵심 수단은 ‘주택세(Council Tax)’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에는 빈집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주었지만, 빈집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노숙자 증가, 지역 쇠퇴 등)이 커지자 2010년 이후 오히려 중과세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했다는 겁니다. 현재는 빈집에 대해 최대 400%까지 주택세를 중과하고 있습니다.
세금 정책과 더불어, 영국 지방정부는 파손이나 방화 위험이 있는 빈집에 대해 건물주에게 안전 관리 명령을 내리거나, 필요시 직접 긴급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빈집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방정부가 강제로 매입하거나, 리모델링 비용을 건물주에게 청구하고 미납 시 강제 매각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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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빈집 통계는 지방정부가 수집하는 주택세 기초자료에서 나오며, 중앙정부는 이 자료를 종합해 공식 통계자료를 생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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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이상 된 건물이 많은 프랑스의 도시 환경에서는 신축이 쉽지 않은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약 310만호의 빈집(전체 주택 대비 8.2%)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프랑스는 1998년부터 빈집세를 도입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국세인 ‘연간세금’과 지방세인 ‘거주세’라는 두 가지 종류의 빈집세를 운영합니다. 연간세금은 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빈집 해소를 위한 국가계획의 재원으로만 사용되며, 부과 및 징수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에 맡겨진 거주세는 지자체 주택 부족 문제 해소와 도시재생 프로그램 등에 활용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세금 중심의 강경책만으로 빈집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프랑스 정부는 2020년 ‘빈집 해소를 위한 국가계획’을 수립해 보다 종합적인 접근을 시도합니다. 이 계획은 강압적인 규제보다는 건물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빈집 재활용, 빈집 매입 후 공공공원 조성, 빈집을 매매·임대 시장에 내놓을 경우의 인센티브(지원금, 파손 수리 지원) 제공 등 다양한 방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계획의 실행을 위해 프랑스 정부는 세 가지 주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첫째, 국가 차원에서 지방정부에 빈집 확인, 분류 및 추적 관찰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둘째, 빈집 건물주와 부동산 중개사의 의사소통을 강화해 빈집 매매 및 임대 시장을 활성화합니다. 셋째, 빈 사무실을 거주용 주택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각적 접근은 빈집 문제 해결에 보다 지속가능한 해법이 될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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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문화적으로 유사한 일본의 빈집 정책은 참고할 부분이 많습니다. 주택보급률이 120% 수준인 일본은 주택 부족보다는 관리되지 않는 빈집으로 인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23년 10월 기준으로 빈집 수가 900만 호에 달한다고 합니다. 지난 5년간 51만 채가 늘어난 셈인데요. 총 주택 수에서 빈집이 차지하는 비율은 13.8%에 이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은 영국이나 프랑스와 달리 ‘빈집세’를 별도로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빈집으로 판정되면 일반 주택에 주어지던 세제 혜택을 취소하는 방식을 택했죠. 일반 주택용지는 고정자산세(우리나라의 재산세와 유사)를 1/3로 감액해주는 혜택이 있지만, 빈집으로 판정되면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러한 접근법을 체계화하기 위해 일본은 2014년 ‘ 빈집 등 대책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빈집을 일반 빈집과 특정 빈집으로 구분했습니다. 일반 빈집은 정확한 수량을 파악해 민간 임대사업자 등 주택 시장에 맡기고, 방치되어 주변에 안전·위생 등의 악영향을 끼치는 특정 빈집은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행정조치 대상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23년에 이 법을 개정해 특정 빈집이 되기 전 단계인 ‘관리불완전 빈집’부터 관리하는 사전 예방적 접근법을 도입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관리하지 않는 빈집을 지도에 표시하고 이를 건물주에게 통보해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합니다.
이처럼 체계적인 관리와 함께, 일본에서는 빈집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례도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사가현 타쿠시의 폐교된 초등학교는 유치원과 육아지원센터로 변신했고, 도쿠시마현 미나미초에서는 빈집을 지방정부가 사들여 기업들의 위성 오피스를 유치했죠. 기업들이 지방에 거점을 마련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한 사례로 주목받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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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가현 건축주택과에서 운영하는 빈집 정보 제공 사이트. 빈집의 매매·임대, 지원금 정보, 상담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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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세 도입은 뜨거운 쟁점입니다. 임미화 전주대 교수(부동산국토정보학)는 “빈집세가 어느 시점에는 도입되어야 하지만, 징벌적 과세로만 인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빈집을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국, 프랑스와 같은 중과세 정책을 무조건 따라가기보다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겠죠.
사실 빈집세를 도입하기 위해선 빈집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그에 따른 정확한 실태 파악이 우선입니다. 신축 주택이더라도 비어 있으면 빈집이고, 어제까지 빈집이었더라도 조사 시점인 오늘 누군가 살게 됐다면 더는 빈집이 아닐 수 있으니까요. 빈집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빈집의 통계가 달라지고 빈집 관리 정책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앞서 빈집이 고령화에 의한 소유자의 사망, 인구감소에 의한 주택 수요 감소 등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인지, 아니면 투기 목적으로 빈집을 유지하면서 재정비 촉진 지구의 지정·해제를 기대하고 일부 지역에서 인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합니다. 결국, 어떤 목적으로 대책을 찾으려 하는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실제 정책 현장에서는 어떤 접근법이 고려되고 있을까요? 국토교통부 빈건축물대응팀 신연 팀장은 빈집 유형에 따른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도시와 농어촌의 빈집 여건이 다르고, 사용 가능한 빈집과 철거가 필요한 빈집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거죠. 신 팀장은 “활용할 수 있는 빈집은 민간이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고, 활용이 어려운 빈집은 철거를 지원하는 이원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빈집은 사유재산이기에 공공에서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정부에선 ‘ 빈집 플랫폼’을 통한 빈집 임대·매매 등의 거래 지원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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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전국 빈집 현황을 확인하고 활용 방안을 공유할 수 있는 ‘빈집애(愛) 누리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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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1유로 프로젝트(1EURO PROJECT)-북가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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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가 열린 ‘ 1유로 프로젝트 북가좌’는 단독 주택과 빌라가 빼곡하게 들어선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골목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몇 년간 비어 있던 목욕탕과 상가건물 (A동), 그리고 마당이 있는 주택 2채 (B·C동)가 팝업 전시 복합문화 공간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플랫폼으로 탈바꿈한 공간입니다. 새하얀 건물 외관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끕니다. A동은 임대 공간이지만 평소에는 공유오피스로 사용되고, B·C동에는 다채로운 브랜드가 입주해 있습니다.
1유로 프로젝트는 네덜란드에서 출발한 도시재생 사업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네덜란드에서 건축과 도시재생을 공부한 최성욱 오래된미래 공간연구소 대표가 ‘따로 또 같이 상생하는’ 도시재생을 꿈꾸며 한국형 1유로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그는 건물주를 설득해 3년간 1유로(약 1620원)에 빈집을 빌리고 서류 심사와 인터뷰 등을 거쳐 입점 브랜드(임차인)를 선발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는 2022년 서울 성동구 송정동에 ‘1유로 프로젝트 북성수’에 이어 3월 ‘북가좌’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북성수점에는 17개, 북가좌점에는 9개 젊은 스몰 브랜드가 자리 잡고 있어요. 예를 들어, 북성수점에 입점한 '핑크 원더'는 17년간 온라인으로만 화장품을 판매하다 이곳에 첫 오프라인 쇼룸을 열었고, 다른 입점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 패키징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최성욱 대표는 “건물주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공간을 바꿀 수 있고, 입점 브랜드는 보증금과 월세를 내지 않고 입점할 수 있어 서로 윈-윈하는 구조”라고 말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네덜란드의 전략을 우리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물리적 공간을 살리는 것을 넘어 브랜드 간 협업과 커뮤니티 활성화라는 선순환을 만들어내고 있죠. 빈집을 ‘문제’가 아니라 ‘기회’로 인식하게 만드는 이 접근법은 빈집 문제 해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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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피커스> 어떠셨나요?
빈집 문제는 단순히 비어 있는 건물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이동, 도시계획, 지역경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나라마다 상황에 맞는 해결방안을 찾아가고 있죠.
서울 성동구 송정동과 서대문구 북가좌동에서 진행된 1유로 프로젝트 사례를 보면서, 빈집을 우리 지역에 필요한 공간으로 어떻게 탈바꿈할 수 있을지 상상해 봅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빈집 문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세금 정책, 인센티브 제공, 커뮤니티 참여 등 다양한 접근법 중 우리에게 맞는 최적의 방안은 무엇일까요? 스피커스 구독자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스피커스가 더 생생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스리슬쩍 알려주기를 통해 생각 나눠주세요. 소중하게 읽고, 천천히 고민하며 더 나은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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