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클럽:농촌편 요즘 장 보러 갈 때마다 물가에 깜짝 놀라곤 해요. 예전엔 솔직히 일상에서 기후위기를 잘 느끼지 못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실내에 있으면 더울 땐 에어컨 틀고, 추우면 난방을 더 하고, 그런 식이었으니까요. 단지 뉴스에서 보도하는 사건처럼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식탁 물가는 기후위기를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하더라구요. 그렇게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기후위기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동네 조기축구회나 배드민턴 동호회처럼, 누구나 편하게 참여해서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작은 행동을 실천하는 모임이 많이 만들어지길 기대하는 바람에서 다양한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임마다 ‘기후클럽 000 (순번은 구성되는 순서로 매김)’이란 이름을 붙여 서로 연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고요. 스피커스가 이번에 참여한 세미나는 <기후클럽: 농촌편>이었는데요, 6번째 기후클럽이라고 합니다.
농업은 기후변화의 피해자이면서도 한편으론 가해자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예측하기 어려운 폭염, 가뭄, 태풍 등 이상기후는 농업을 점점 힘들게 만들고 있어요. 동시에 화석연료에 의존한 농업 방식과 과도한 축산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란 이야기를 듣습니다. 기후위기에 농업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이번 스피커스에서는 기후위기 시대, 우리 먹거리와 농업의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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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지속가능하기 위해 살펴봐야 할 9가지 지표를 중심으로 한 행성 경계의 변화 추이. 스톡홀름 회복력 센터(Stockholm Resilience Cent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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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지속가능하기 위해 넘지 말아야 할 9가지 지표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영양화(질소·인의 순환), 새로운 화학물질, 토지 이용(산림파괴), 담수 이용 변화, 해양산성화, 대기질(에어로졸) 변화, 오존층 변화인데요. 2023년 측정 결과에 따르면, 오존층 변화, 대기질, 해양산성화를 뺀 나머지 6개 지표에 이미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는 거죠. 특히 농업과 밀접한 생물다양성의 급격한 감소, 무분별한 토지 이용 변화, 질소·인과 같은 영양성분 과잉은 위험 수준을 크게 초과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우리의 먹거리 체계와 농업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25일까지 5회차에 걸쳐 온라인에서 진행된 ‘기후클럽’ 중, 스피커스는 ‘기후위기와 먹거리 체계(2회)’와 ‘기후위기 시대의 친환경 농업(3회)’ 세미나에 참석해 변화의 방향을 가늠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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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성 모심과살림연구소 소장은 기후위기와 농업의 이슈를 ‘먹거리 체계’ 전체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먹거리 체계 '란 음식이 생산되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모든 과정, 즉 생산-가공-유통-소비-폐기의 전 과정을 의미해요. “우리가 마트에서 먹거리를 쉽게 사서 먹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어요. 바로, 먹거리는 자연에 기반한다는 거죠. 만약 우리가 자연을 훼손하면 마트에서 더는 먹거리를 살 수 없게 됩니다.”
조 소장은 농업 분야 전반에 1950년대,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른바 ‘녹색혁명’이 일어났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녹색’과는 거리가 멀었지만요. 기술 개발과 산업화된 생산 방식을 통해 효율성의 극대화를 목표로 한 농업 정책은 소농과 가족농 중심으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에서 산업화된 대규모 단작,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 기계화에 집중했습니다. 조 소장은 이 변화를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합니다.
- 기술: 품종개량과 화학비료, 농약 등의 도입으로 과학기술화된 농업
- 석유: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농기계와 화학비료 사용 확대
- 독점: 다국적 대기업의 종자부터 유통까지 먹거리 체계 장악
덕분에 농업 생산량은 증가했고, 식품 가격은 저렴해졌죠. 하지만 동시에 산업화에 부적절한 농작물의 생산량 하락(생물다양성 감소),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토양오염과 수확량 감소, 연료 사용 증가로 인한 환경파괴가 발생했습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구매하는 값싼 식품엔 이러한 환경·사회적 비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조 소장은 2021년 미국에서 연구된 연간 식품 지불 비용과 진짜 비용을 조사한 결과를 소개하며, 환경 및 생물다양성(토양침식, 온실가스 배출, 대기오염 등)과 개인의 건강(질병, 비만, 항생제 내성 등) 측면을 따져보면 진짜 비용은 실제 지불 비용의 3배 이상에 이른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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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먹거리 체계’ 조미성 모심과살림연구소 소장 발표자료 중 일부. 조 소장은 녹색혁명 이후 농업 환경의 변화를 기술, 석유, 독점 세 가지 키워드에 바탕해 설명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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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을 증진하고 토양생태계를 보전하며 농산물을 생산하는 친환경 농업! 우리 농업이 가야 할 미래로 이야기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충남 홍성에서 20년 가까이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는 금창영씨는 1997년 ‘친환경농업육성법’이 제정된 이후로 따져보면 친환경 농업의 역사는 30여년에 이르지만, 여전히 전체 농지의 5% 미만에서만 친환경 농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현행 친환경농축산물 인증제도는 잔류농약 검사와 같은 기술적 접근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친환경 농업은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가가 쓸 수 있는 용어입니다. 친환경 인증은 ‘농지’에 줍니다. 하지만 유기·무농약 등 (인증)스티커는 농산물에 붙어요. 친환경 인증을 받은 땅에서 나오는 농산물은 모두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친환경 인증 농산물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 농가는 463개 성분의 잔류농약 검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만약 1천평 규모의 토지에 10가지의 농산물을 심으면, 잔류농약 검사를 품목별로 10번 해야 합니다. 한 가지 농산물만 심으면 잔류농약 검사는 한 번만 하면 되고요. 그러니 단일 작물 재배만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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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땅은 기후위기와 식량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랑스 정부에서 제창한 ‘4퍼밀 운동’은 토양에 탄소를 저장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목적에서 추진되고 있다. 4퍼밀 운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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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토양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건강한 토양은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특히 미생물이 살아있는 건강한 토양은 농약을 뿌린 흙보다 탄소 흡수 능력이 훨씬 더 큽니다.
조미성 모심과살림연구소 소장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 4퍼밀 운동(4 per 1000 Initiative)’을 소개했어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프랑스 정부가 제창한 용어인데요. 전 세계 토양에 존재하는 탄소의 양을 매년 4퍼밀 (4/1000)씩 늘릴 수 있다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증가량을 제로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토양에 탄소를 저장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거죠. 농사짓는 많은 땅이 유기농으로 바뀌면 기후위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금창영씨는 무경운 농법(토양을 갈지 않는 재배법)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보통의 농사는 트랙터로 땅을 갈아엎고 퇴비와 농약을 사용하는 관행농법이 주를 이룹니다. 2~3톤 무게의 트랙터 사용을 반복하다 보면 작물이 자라는 작토층을 제외하고 그 아래는 단단하게 굳는다고 해요. 땅 깊숙이 뿌리가 뻗어 나갈 수도 없고 작은 미생물도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매년 화학비료를 쓰는 부작용이 반복되는 거죠. 그렇게 땅을 파헤치고 뒤집는 과정에서 대기로 탄소가 배출됩니다. 그래서 금창영씨는 “농가는 경운을 하지 않는 것이 의미 있는 온실가스 감축 농사 방식으로 생각”한다고 말해요. 땅을 건드리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힘에 바탕한 땅에서 농사를 짓는 거죠.
정부의 보조금은 주로 시설재배 관련 설비에 지원됩니다. 무경운 농법에 대한 지원은 미비합니다. 하지만 농지를 살리려면 현장 농민들을 위한 정책이 절실합니다. 이들을 외면하고 토양이 들려주는 희망이 목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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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의 친환경 농업’ 금창영씨 발표자료 중 일부. 유럽연합은 토양 유실 방지, 동물복지 등 다양한 기준까지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 있는 활동으로 인정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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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담담했다고 합니다. 유기농, 관행농, 시설농업, 대농에서 소농까지. 각자 다른 방식과 생각으로 농사짓는 그들에게 기후위기는 기존의 어려움에 한 가지 더해진 것뿐이었습니다. ‘식량 위기가 올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사를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농민의식이나 농사법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고요. 농사야말로 경험을 쌓아가며 하는 일이기에 현장 농민들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농민 대부분은 정부에서, 또 전문가와 연구자가 나서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길 했다고 해요. 하지만 금창영씨는 그 부분이 의아했다고요. 농민이야말로 자신의 농지, 자신이 재배하는 작물, 자신이 사는 마을에서는 최고의 전문가 아닌가요?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농민이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금창영씨는 무경운 농법으로 토양의 생명력을 보존하고, 마을 단위의 협동적 실천으로 환경 부담을 줄이고, 멀칭비닐(농작물을 재배할 때 경지 토양의 표면을 덮는 비닐)을 줄이고,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고 자연의 리듬에 맞춰 농사짓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고 의미 있는 기후위기 대응 방안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기술적 해결책이 아닌 농업의 본질로 돌아가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자연 속에서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농업이니까요.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그것이 농업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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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피커스> 어떠셨나요?
2024년 지구 평균 온도가 1.55도 상승했습니다. 175년 관측 사상 가장 높은 기록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초과한 첫해로 기록됐습니다. 물론 단 한 해 1.5도를 초과했다고 해서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합니다. 파리협정의 목표는 지구 기온 상승 폭의 장기 측정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가 이어진다면, 그리고 온난화가 더욱 가속된다면 어떤 미래가 기다릴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미 변화한 기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무엇을 바꿔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지구에 계속 살아가야 하는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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