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을 가늠하는 지표는 다양합니다. 소득과 자산의 지니계수나 분위별 집중도, 5분위 또는 10분위 배율, 팔마비율, 상대적 빈곤율, 절대적 빈곤율…. 불평등을 이해하기 위해 네이버 검색을 해가며 어려운 용어의 정의나 수치를 다 알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한 나라의 평균 소득 수준을 가늠할 때 쓰이는 1인당 소득(GDP)과 헷갈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불평등은 소득 평균값의 높고 낮음과 무관합니다. 현실성 없지만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A가 0원, B가 10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갑’이란 나라의 1인당 소득은 평균 50만원입니다. ‘을’이란 나라에서는 A와 B가 똑같이 40만원씩 벌고 있습니다. 1인당 소득은 평균 40만원입니다. 평균의 함정에 빠져 있기도 하지만 갑이 을보다 잘살지만 훨씬 불평등한 사회입니다. 소득 격차가 을에서는 0원이지만 갑에서는 100만원이나 됩니다. 갑은 한 사람이 소득 전부를 가진 극단적으로 불평등한 나라라고 할 수 있겠죠.
현실에서도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가 낮은 나라보다 더 불평등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오이시디(OECD) 회원국 가운데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축에 들지만 가장 불평등한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불평등은 소득이 얼마나 골고루 분포돼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흔히 못사는 나라는 가난을 벗는 게 정책 목표입니다. 그래서 절대적 빈곤율을 낮추려 합니다. 소득이 어느 수준에 올라서면 상대적 빈곤율에 더 주목합니다. 먹고살 만하더라도 다른 사람과 비교해 자신의 소득이 턱없이 낮으면 사람들은 쉽게 만족하지 못합니다. 옛날에는 다 같이 못살았는데 지금은 잘 사는 사람은 너무 잘 살고 못사는 사람은 너무 못산다는 어르신들의 말을 혹 들어보셨나요? 터무니없지 않습니다. 소득이나 자산의 불평등이 커졌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쥐크만도 지적하듯 실제 우리나라 전체 소득과 자산의 파이에서 상위 1%나 0.1%의 몫이 꾸준히 커지고 있습니다. 그가 불평등을 측정할 때 주로 최상위 계층의 소득과 부의 집중도를 기준으로 합니다.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한 지니계수는 거의 언급하지 않습니다. 좀 어려운 얘기지만 0에서 1 사이 값을 지니며 값이 클수록 불평등도가 높은 지니계수는 설문을 바탕으로 추출합니다. 최상위 부자의 소득이 축소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달리 말해 실제보다 불평등도를 낮춰 보여줄 수 있습니다.
불평등과 맞물린 조세회피는 되게 복잡한 문제입니다. 분명한 건 세금을 덜 내려고 숨겨둔 자산과 소득을 얹혀서 계산하면 부자들의 몫이 더 커져 불평등 지표는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에서 소득 가운데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는 비율이 최상위 부자들은 보통의 미국인들보다 2배가량 높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숨길 소득과 자산도 적습니다.
쥐크만 교수는 단순히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자거나 탈세의 구멍을 막자는 데 멈춰 있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현대 조세시스템과 세계화가 지속할 수 없다고 봅니다. 더 나아가 그는 ‘사회 국가’(Social State)를 꿈꿉니다. 그는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에서 “건강, 교육, 노후를 책임지는” 국가를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