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회 사람과디지털포럼
‘쓰나미’라는 무서운 단어가 낯설지 않게 된 건 2004년 인도양 대지진 때였던 것 같아요. 깊은 바다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거대한 해일이 밀어닥치며 30만명 가까운 생명을 앗아갔지요.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요즘엔 폭발적으로 성장한 에이아이(AI)를 쓰나미에 빗대곤 합니다. 이런 걸 ‘메가트렌드’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에이아이 쓰나미’라는 표현엔 기술 발전의 거대한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소극적 태도, 음, 조금 과장하면 일종의 좌절감 같은 게 느껴져요. 그럴까요? 인간의 운명이란 결국 기술에 종속되는 걸까요?🤔
“NO!” 파이낸셜 타임스의 노동 전문 기자이자 부편집인인 세라 오코너는 이렇게 외쳤어요. “에이아이는 단순히 우리에게 무조건 닥쳐오는 게 아니에요. 에이아이를 어떻게 도입하느냐, 에이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허용하지 말아야 하는지 우리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와! 정말? 인간이 에이아이 파워를 결정할 수 있다고? 믿기지 않으시다면… 일주일 전, 대한상공회의소로 함께 가보실래요. 6월24일 한겨레 사람과디지털포럼(사디포)이 열리고 있는 곳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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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AI 시대, 일과 학습의 미래’를 주제로 제5회 사람과디지털포럼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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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번째를 맞는 사디포는 ‘AI 시대, 일과 학습의 미래’를 내걸었습니다.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일 잘하고 더 많은 걸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사람이 설 자리는 어디지? 이런 문제의식이 많은 사람한테 통했나 봐요. 오전엔 ‘일의 미래’, 오후엔 ‘학습의 미래’를 주제로 나눠 진행됐는데요, 300명가량 ‘일반 시민 청중’들이 행사장을 떠나지 않았어요.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앉아 토론하는 ‘라운드 테이블’마다 질문이 폭주했죠.
이번 스피커스에선 오전 ‘일의 미래’ 세션에서 핵심을 콕콕 짚는 말씀을 해주신 두 분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한 분은 앞서 말한 ‘에이아이 쓰나미 반대론자’ 세라 오코너입니다. 오코너는 이날 노동의 자동화 연구로 유명한 칼 베네딕트 프레이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에 이어 두번째 기조연설을 맡았죠. 다른 한 분은 에이아이 시대 청년 일자리의 문제를 실감 나게 짚어주신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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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우리가 주인공이 되지 않으면 에이아이 미래는 위험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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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오코너는 이날 ‘AI 전환과 깊어지는 불평등 : 누가 감당하며 어떻게 나눠야 하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는데요, 세계 곳곳의 인공지능 전환의 일터를 누비는 ‘참기자(a real reporter's reporter)’의 이야기에 청중들은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실제로 에이아이 변화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 이들이 전망하는 내용을 듣기 위해, 실제로 현장에 나가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정말 발로 뛰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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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너는 로봇이 물건을 나르는 아마존 물류창고를 취재한 경험을 말합니다. “10~15년 전 아마존 1세대 물류창고를 보면 복도마다 정말 많은 노동자가 일하고 있고 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기계들이 사람을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 7년 전쯤부터 로봇이 현장에 투입됐는데 현장에 가보니까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자동화는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었어요.”
로봇이 쉼 없이 복도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나르면 사람들은 그저 버튼을 누르며 로봇을 다른 곳으로 보내는 등의 일을 했다고 합니다. “노동자들 인터뷰를 해보니까 더 지루해지고 더 단조로워졌고 더 외로워졌다고 했어요. 로봇이 뭔가 물건을 계속 자기 앞으로 가져오니까 노동 강도는 높아지고요. 로봇이 일하면 인간은 더러운 일이나 힘든 일은 하지 않게 되고, 늘어난 여유 시간에 인간적 교류를 더 많이 하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현장은 그렇지 않았죠.”
반면 노동자가 에이아이보다 힘을 지닌 노동 현장도 있었죠. 스웨덴 광산이 그랬다고 해요. “에이아이에 광산의 위험한 업무를 맡기며 생산성이 높아졌지만, 광부들은 일자리 위협을 받지 않았죠. 광부들은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환경에서 기계를 원거리 조종·감독하고 있고요.”
어떤 사람은 에이아이로 고통받는데 어떤 사람은 어떻게 혜택을 받는 걸까요? 오코너는 차이를 만드는 것은 노동자의 발언권이라고 말했어요. 에이아이와 겨뤄 이기고 지는 것은 인간의 주체성에 달려 있다고 했습니다. 노동자가 어떤 업무, 어떤 과제에 에이아이를 어떻게 도입할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었습니다.
“에이아이가 도입되는 미래의 주인공은 기술이 아닌 바로 우리입니다. 우리가 에이아이가 가져올 미래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그래 왔고 미래에도 그렇게 할 겁니다. 우리를 주인공으로 하지 않는다면 에이아이의 미래는 위험할 것입니다.”
어떤가요? 박수가 절로 나오지 않는가요? 역시, 오코너의 호소에 청중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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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너의 연설에 이어 라운드 테이블이 열렸습니다. ‘새로 쓰는 AI 전환의 규칙: 제도와 연대의 설계’가 주제였죠.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좌장을 맡았고요, 두 명의 기조연설자(프레이·오코너), 장지연 선임연구위원이 함께했습니다.
인간의 결정권과 선택을 강조한 두 명의 국외 연사와 달리, 장 연구위원이 짚은 한국의 현실은 한층 더 절박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2022년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AI가 우리 일자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를 잘 쓰는 사람이 AI를 잘 못 쓰는 사람을 대체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아이러니하죠? 청년들이 에이아이를 훨씬 더 잘 쓰는데 그 사람들의 자리는 없거든요.”
여러분도 미국의 빅테크발 대량 해고 뉴스는 들어보셨을 거예요. 반면, 우리나라는 떠들썩한 해고 소식 같은 건 없죠. 한국은 그냥 조용히… 청년을 뽑지 않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내부자-외부자 이중구조 노동시장을 갖고 있습니다. 취약한 청년들,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타격을 받고 있어요. 이는 세대 간 균열선, 직종별 균열선으로 나타납니다. 에이아이로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는 부분이 있고 그것이 경제지표를 크게 올리고 있지만, 온기는 저 밑에까지 내려가지 않아요.”
그는 실업 위기의 청년들을 탄광의 카나리아에 비유했습니다. 갱도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거나 유독 물질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쓰러지며 위기를 알리는 존재였죠. “저는 청년 세대를 위기를 가장 먼저 몸으로 맞닥뜨리는 카나리아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 카나리아들은 자신들이 앉을 테이블이 없어요.”
일터에서 배제된 청년들을 새로운 재분배 시스템을 논의하는 테이블에 앉히자! 오코너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영국도 한국과 마찬가지입니다. 젊은이들은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에이아이가 단기적으로는 생산성이 높겠죠. 하지만 기업의 장기적 번영을 생각한다면 젊은이들의 고용이 필요합니다. 젊은층에 처음부터 시작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숙련된 전문가를 기를 수 없잖아요. 기업이 젊은이들을 고용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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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흥미진진하게 시작합니다.
‘내가 깨닫지 못했던 것은, 극히 짧은 시간 동안 비교적 단순한 컴퓨터 프로그램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강력한 망상적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 것이 있었다. 사람들이 이 기술이 언젠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순식간에 상상하기 시작하면서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잠시도 묻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예컨대 1966년 스탠퍼드대 연구자들은 바이첸바움의 프로그램과 유사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심리치료에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한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와 미래의 컴퓨터가 가진 시분할 능력 덕분에, 이 목적을 위해 설계된 컴퓨터 시스템이 시간당 수백 명의 환자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들은 썼다.
바이첸바움은 경악했다. 그는 컴퓨터가 대체해서는 안 되는 인간의 기능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컴퓨터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존중, 이해, 사랑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바이첸바움은 이 책으로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자칭 ‘이단아’가 되었다. 가장 중요한 문제들은 기술적인 것도, 수학적인 것도 아니며, 윤리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것들은 ‘할 수 있는가’(can)로 시작하는 질문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컴퓨터를 어디까지 쓸 것인가는 궁극적으로 ‘해야 하는가’(ought)라는 질문을 통해서만 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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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즈는 막연한 불안감, 무기력 등을 일컫는 프랑스어입니다. 에이아이 말레즈는 인공지능 시대의 혼란과 불안을 묘사하는 표현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자는 동안 물건을 사들인다. 단백질의 구조를 발견한다. 아이들에게 자살하라고 말한다. (…) 내일 내 일자리가 있을까? 시장이 붕괴할까? 왜 오픈AI는 벙커가 필요한 걸까? 나도 벙커가 필요할까? 벙커를 마련해야 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등장하는 벙커는 세상의 종말이 올 경우 숨을 수 있는 피난처를 뜻하는 말입니다. 오코너는 이런 막연한 분위기에 젖어, 사람들이 에이아이 시대를 맞이하는 태도가 너무 수동적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은유도 문제의 일부다. 기술 변화의 ‘파도’나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사실 나 자신도 과거에 이런 식으로 쓴 적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AI의 CEO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베스트셀러 ‘다가오는 파도’(The Coming Wave)를 썼다. 퀸 슬로보디안과 벤 타노프의 책 ‘머스키즘’(Muskism)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는 미국 정부 개편을 목표로 ‘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정부효율부)’를 만든 것을 놓고 해변에서 ‘바늘과 오물과 쓰레기’를 치우는 것에 비유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300피트짜리 쓰나미가 닥쳐오려 하는데 해변을 청소하는 게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겠느냐?’ (…)
그러나 기술 변화는 자연 현상과 다르다.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는 제도·법률·소비자 수요·규제·경영 전략·각 직장에서의 권력 균형에 의해 형성된다. 이것은 희망적인 발언이 아니라 단순한 사실의 문제다. AI의 ‘대부’ 제프리 힌턴이 2016년 ‘AI가 이미 방사선과의 업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신임 방사선과 의사의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왜 방사선과 의사가 오히려 더 늘어났을까? 전문성을 갖춘 방사선과 의사의 일상 업무는 단순히 영상을 판독하는 것 이상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로 생산성이 향상되면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을 받아들이기 꺼린다. 만약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이 시스템은 최악의 날을 보내는 방사선과 의사조차 범할 수 없는 속도와 규모의 오류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의 일부 지역 기자들은 ‘이제 에이아이가 기사를 쓸 것’이라는 말을 듣는데 왜 나는 기사는 기자가 써야 한다는 원칙을 지닌 조직에서 일할까? 회사마다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 다른 경영진과 다른 고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오코너는 “변화의 속도에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운 사회도 결국엔 스스로 움직였다”고 합니다. “인간의 토론과 타협과 행동을 통해 기술의 적용을 형성하려는 노력은 지치고 힘든 일이다. 직장, 지역사회, 국가 차원에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분노가 치밀고 불만족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질주하는 소수의 사람을 수동적으로 지켜보는 것보다는 낫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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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너는 영국으로 돌아간 뒤 사람과디지털포럼으로 감사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정말 참기자더군요. 이번 포럼에서 정말 많이 배웠고, 메모도 꼼꼼히 했고, 취재 아이디어를 잔뜩 얻어갔다고 합니다.
한국에도 오코너처럼 발로 뛰는 기자들이 많을 겁니다. 에이아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에이아이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야기, 에이아이로는 절대 쓸 수 없는 이야기. 많은 ‘오코너’들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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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피커스> 어떠셨나요?
세라 오코너와 장지연 선임연구위원의 이야기는 결국 에이아이 시대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목소리에 귀 기울이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스피커스는 이번호부터 세 번에 걸쳐 제5회 사람과디지털포럼을 다룹니다. ‘AI 시대, 일과 학습의 미래’를 주제로 기술 전환 속 일터와 배움터에서 마주한 변화의 현실을 진단하고, 이를 풀어갈 구체적 해법을 모색한 이번 포럼의 내용을 함께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다음 스피커스는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내며 현장의 가능성을 정책으로 길어올린 박영선 재경부 전략경제자문단 위원장이 좌장을 맡아 스타트업·테크기업·제조업 등 여러 분야의 목소리를 이끌어낸 ‘일의 미래’ 2번째 라운드테이블을 다룰 예정입니다.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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