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홈리스 월드컵
2003년에 시작된 홈리스 월드컵은 주거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국가대표 선수로 참여하는 4대4 풋살 대회입니다. 19번째를 맞은 이번 대회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개최되었죠. 맑고 높은 가을 하늘 아래, 전세계 38개국 52개 팀 (남성 36개팀, 여성 16개팀)이 참가해 열띤 경기를 펼쳤습니다. 특히 이번 대회는 국제축구연맹 (FIFA)이 처음으로 공인한 대회여서 FIFA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전 경기가 생중계되기도 했어요. 우승팀이 궁금하시다고요? 홈리스 월드컵 공식 페이스북에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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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5일 서울 한양대학교 HIT 대회의실에서 <모두를 위한 집: 홈리스 상태 종식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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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5일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HIT 대회의실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집: 홈리스 상태 종식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는 도시에서의 홈리스 상태 종식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모두를 위한 주거’, ‘기후변화와 주거권 대응’, ‘커먼즈와 돌봄의 관점에서 주거를 상상하기’라는 주제로 홈리스의 개념을 국내외 사회현안과 엮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했지요.
신민정 서울 2024 홈리스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기후위기와 빈부 격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시대, 또 돌봄이 개인의 무거운 짐으로 지워지는 시대에 ‘홈리스 상태’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컨퍼런스의 서문을 열었습니다. 신 위원장은 “협소한 정책과 담론은 주거 불평등을 둘러싼 시급한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기에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하고 활동하는 국내외 연사들로부터 주거와 빈곤 문제를 인권, 기후위기, 돌봄과 커뮤니티로 교차하고 엮어가며 질문 던지고 여러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찾으려 했다”고 덧붙였어요.
홈리스 상태 종식(Cities Ending Homelessness)은 과연 가능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컨퍼런스에서 논의된 내용을 살펴보며,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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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1년부터 5년마다 종합계획 수립 및 실태조사 실시가 의무화되었다. ‘노숙인 등’의 수는 줄어들고 있으나 ‘노숙인 등’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 홈리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종균 씨닷 주거정책연구자(전 주택관리공단 사장) 발제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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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랑인, 노숙인, 그리고 홈리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엔 주로 부랑인이라는 용어가 사용됐습니다. 여기엔 사회적으로 ‘격리되어야 하는 사람’이란 인식이 담겨 있죠. 그러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많은 ‘실직 노숙인’들이 등장하면서 일정한 주거 없이 혹은 주거로 적절치 못한 곳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는 것이 특정 사람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국민이 겪을 수 있는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노숙인이란 용어가 사용되고 노숙인시설이 등장합니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노숙인복지법)’이 2012년 제정되면서 공식적으로 ‘부랑인’이란 용어는 사라졌어요. 김준희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법 제정 당시 시민단체, 연구자 그룹에선 낙인적 이미지와 주거 취약계층 전체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노숙인이 아니라 ‘홈리스’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주장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홈리스가 외래어란 이유로 ‘노숙인 등’이란 애매한 지칭으로 거리노숙인, 노숙인시설 거주자, 쪽방 거주자, 부적정 거처 거주자를 아우르는 법적 정의가 사용됐죠. 그 정의에 따르면, 가정 밖 청소년, 다른 시설 거주자, 숙박시설이나 고시원, 만화방, 찜질방 거주자, 친지에게 얹혀 지내는 사람은 ‘노숙인 등’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서 5년마다 진행하는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노숙인은 2011년 2만여명에서 2021년 1만4천여명으로 줄어들고 있어요.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2022년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호텔, 여관 등 숙박업소의 객실’,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을 포함한 주택 이외 거처에 거주하는 가구가 44만여명에 이른다고 해요. 1만명과 44만명은 아주 큰 차이죠.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정책과 제도가 설계되는 상황이니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긴 어렵겠단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더해 주거, 급식, 의료, 고용지원 등 홈리스에게 필수적인 서비스 지원에 관한 사항이 모두 임의 조항이라고 해요. 노숙인복지법이 있지만, 법에 근거해 권리로 복지서비스를 요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서로 책임을 미루는 상황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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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행동 생애사기록팀’은 여성 홈리스 8명의 이야기를 육성 그대로 옮긴 책 <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를 지난해 출판했다. 2023년 8월25일 책의 화자인 임미희(가명)씨가 서울역 광장에서 책 모형을 세워놓고 그 안에 눕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홈리스행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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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복지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 성소수자, 청소년. 과연 ‘모두’를 위한 주거는 가능할까요?
‘홈리스행동’의 홍수경 상임활동가는 거리에서 여성 홈리스를 만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여성 홈리스가 적기 때문일까요? 보건복지부의 ‘2021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홈리스는 전체의 27.8% (2493명)나 됩니다. 그러나 이들은 주요 노숙 지역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찜질방, 패스트푸드점, 지인의 집 등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정부로부터 받는 월 30만원의 주거비 지원으로 안전한 거처를 얻는 것은 어떠냐고요? 보증금 없이 월 30만원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곳은 쪽방, 여관, 고시원 정도입니다. 홍수경 상임활동가는 “화장실, 주방 등의 공간이 성별 분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여성 홈리스들은 오히려 그곳에서 더 위험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그는 현재의 홈리스 지원체계가 성별에 기초한 관점이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가정 밖 청소년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의 남미자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들에게는 시설 거주와 원가족 복귀라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 문제가 있죠. 시설은 개별 지원이 부족하고, 원가족 복귀는 다시 위험한 상황에 청소년을 내모는 선택지일 수 있습니다. 남 연구위원은 “청소년들의 개별적인 필요와 안전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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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분석부터 시작해 주거 건축에 이르기까지 5단계로 이루어진 ROOH 캠페인은 변화의 주체로 주거 취약계층의 힘과 영향력을 강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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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변화를 초래합니다. 국제이주기구는 2050년까지 전세계 기후 난민이 10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는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더욱 큰 타격을 줍니다.
지속가능발전경영센터 하바라 선임연구원은 “기후위기가 홈리스 발생의 잠재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경험이 있는 이들과 협력하여 대응 계획의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기존의 기후 적응 계획이 기술관료적이고 관리적인 접근에 치우쳐져 있다”는 한계를 지적합니다.
개발도상국에서 생계를 위해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은 일자리를 얻더라도 안전한 거처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직접 집을 설계하고 건설하며, 이때 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재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기후위기와 자연재해의 심화로 이러한 주거공간이 절대 안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폭염 시 에어컨이 없는 집에서 견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여성들은 ‘우리 머리 위에 지붕을(ROOH, A roof over our heads)’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인도 비영리단체 SPARC의 스므루티 주쿠르 활동가는 “ROOH 캠페인은 일반적인 건축 과정에서 간과되는 측면을 당사자와 함께 논의하며,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고 설명합니다. ROOH 캠페인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부가 이를 정책으로 도입해 새로운 주거 표준과 규범을 만드는 것입니다. 특히 이 캠페인은 지역의 필요와 이해를 반영하는 것은 물론, 주거 설계 및 건축 과정에 여성의 참여를 독려합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듣는 것이 핵심입니다. 변화의 주체이자 귀중한 파트너로서 당사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러한 접근이야말로 ‘모두를 위한 집’을 실현하는 첫걸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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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는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주민이 이주한 공간을 공공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성동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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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상태 종식’이란 단어는 ‘Cities Ending Homelessness’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입니다. ‘종식’은 가능할까요?
지난 2022년 8월, 수도권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에 살던 가족이 침수로 고립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 후 서울 성동구는 지난해 반지하 주택 전수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건축사가 모든 반지하 주택을 직접 방문해 현장의 지형과 도면 등을 하나하나 살폈다고요. 이후 약 3800호의 대상지를 A+부터 D등급까지 총 5개 등급으로 분류했습니다. 임경지 성동구청 포용정책전문관은 “C, D 등급을 판정받은 가구 중 2세대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를 지원하고, 빈 곳이 된 2세대는 성동구가 임대해 리모델링하여 공공공간(홈리스 자활공간, 재난안전창고)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전반적인 주거 환경을 개선해 안전한 주거공간을 만드는 보편적인 접근과 위험 거처를 완벽하게 ‘멸실’하는 접근이 함께 활용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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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통역과 수화통역이 함께 진행된 <모두를 위한 집: 홈리스 상태 종식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 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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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럼은 문자통역과 수화통역이 함께 진행됐어요. 문자통역이야 종종 봤는데, 포럼 현장에서 수화통역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모두를 위한 집’이란 타이틀처럼 ‘모두를 위한 행사’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TV 화면을 보다 보면 오른쪽 아래 작은 동그라미 안에 수화통역을 진행하는 수어통역사의 모습을 볼 때가 있어요. 그건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해요. 그래서 농인들은 작은 동그라미에 집중하느라 힘들고 피로감도 컸다고요. 그래서 말하는 사람과 함께 나란히 서서 수어로 통역할 때 훨씬 내용에 집중할 수 있다고 해요.
‘모두’를 위한다는 것은 단순한 구호가 아닙니다. 그것은 당사자의 필요와 욕구를 세심하게 살피고, 그에 맞춰 정책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이해와 관심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죠. 수어 통역이 제공된 이번 포럼처럼, 작은 변화들이 모여 진정한 의미의 ‘모두를 위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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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피커스> 어떠셨나요?
홈리스 월드컵의 열기는 ‘모두를 위한 행사’이라는 큰 과제로 이어졌습니다. 주거 빈곤, 기후 위기, 그리고 사회적 취약계층의 어려움 등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을 마주하면서, ‘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넘어, 안전과 존엄, 그리고 희망을 담은 ‘집’을 모두에게 제공하는 것.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아닐까요?
스피커스가 여러분들 곁에 더욱 생생하게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스리슬쩍 알려주기를 통해서 전해주세요. 정성껏 읽고 고민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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