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유니버스 기분 전환을 위해 훌쩍 떠난 여행,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어려 보이는 방문객을 만났어요. 이때 건넬 적절한 인삿말은 무엇일까요?
- 안녕하세요, 몸매가 진짜 좋아요! 어떻게 관리하세요?
- 반가워요~ 저는 000이에요. 잘 지내봐요!
- 안녕~ 날씨가 좋네! 내가 연장자인 것 같은데 말 편하게 할게 ㅎㅎ
- 안녕하세요, 어려보이시네요! 나이가 몇살이세요?
지역의 분위기를 싹 바꿔놓은 ‘잠시섬’에 방문한 사람들이 받는 웰컴퀴즈 중 하나입니다. 이런 간단한 안내는 이곳이 다른 가치를 지향하는 공간임을 알려주는 시작점 역할을 합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직접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전달되지 않나요? (정답은 물론 2번입니다😎)
인구 감소로 많은 지역이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금, 대부분의 정책은 “어떻게 인구를 늘릴 것인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다른 질문을 던져 보면 어떨까요? “지역소멸이 불가피한 현실이라면, 우리는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스피커스는 지난 7일 < 지역소멸을 넘어, 강화유니버스: 관계로 살아가는 전환의 현장>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세미나에서 인구 유치 경쟁보다 ‘관계’와 ‘환대’를 중심으로 지역사회를 재구성한 ‘협동조합 청풍’의 10년간의 실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이번 스피커스는 그 이야길 함께 나눠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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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 듣는연구소와 강화유니버스가 주관·주최한 <지역소멸을 넘어, 강화유니버스: 관계로 살아가는 전환의 현장> 세미나에서 유명상씨가 발제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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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는 서울과 가까워 관광객은 많지만 정작 지역 상인들은 장사가 잘 안된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관광객들의 경로를 살펴보니 주로 ‘펜션-대형마트-유명 관광지-대형 카페’를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해요. 그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돈은 지역에 남지 않고 서울로 빠져나갑니다.
2013년부터 강화도를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 온 ‘ 협동조합 청풍’은 이 패턴을 깨기 위해 다른 접근법을 시도했습니다. 지역사회와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외부와의 교류를 강화하는 하나의 세계관인 ‘강화유니버스’가 그것입니다. 지역과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관계인구’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거죠.
강화유니버스의 대표적인 활동이 ‘ 잠시섬 프로젝트’입니다. 참가자들은 강화에 머물며 (2박~5박)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상호작용하며 일상적 경험을 쌓습니다. 지역 주민, 단체, 상점과 협업하여 운영하는 강연과 워크숍 등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어 지역을 깊이 있게 알아갈 수 있어요.
주목할 점은 협동조합 청풍에서 이 활동을 ‘여행업’이 아닌 ‘환대업’으로 정의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방문객과 지역 주민을 연결하는 환대의 주체로 여기고 있습니다.
강화도에서 13년째 관계와 신뢰를 쌓아온 협동조합 청풍의 노력 덕분에 지역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환대의 역할을 합니다. 협동조합 청풍의 유명상씨는 이를 “게임의 NPC(Non-Player Character, 사람이 직접 조작하지 않는 캐릭터) 역할”이라고 재미있게 표현했어요. 방문객이 “강화유니버스 소개로 왔어요”라고 하면 지역 상인들이 더 반갑게 인사하고, 떡 한 개라도 더 주고, 서비스 하나라도 더 제공하는 환대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고요. 협동조합 청풍의 새로운 로컬 만들기를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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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대에 지역소멸은 오히려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바꾸고, 또 어떤 방식으로 삶의 전환을 이루어낼 것인지 고민하는 겁니다.”
강화유니버스는 기존의 지역 활성화 접근법과 근본적으로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인구 감소나 지역소멸을 억지로 막으려 하기보다, 이를 시대적 환경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어떻게 의미 있는 삶을 구성할지에 집중하는 거죠.
협동조합 청풍이 강화도에서 10여 년간 활동하며 깨달은 것은 지역의 개방성과 다양성이 활력의 핵심이라는 점입니다. 창조적인 마을에는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이는 도시 연구자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의 ‘창조 계급(Creative Class)’ 이론에서 관용(Tolerance), 인재(Talent), 기술(Technology)이 조화를 이룰 때 도시가 활력을 얻는다는 주장과 맥락이 닿아 있습니다.
창조적 마을의 지표로, ‘게이지수’(지역 내 동성애자 거주 비율로), ‘보헤미안 지수’(문화예술 종사자 거주 비율), ‘도가니 지수’(다양한 인종과 국적 소유자의 거주 비율)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유명상씨는 이러한 지표들이 “지역이 얼마나 다양한 관점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포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지역 활력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말했어요.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 다양한 가치들이 어떻게 공존하고 상호작용하는지에 달린 것이 아닐까요? 이것이 협동조합 청풍이 강화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통해 제시하는 발상 전환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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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며 협동조합 청풍은 <강화유니버스>를 출범했다. 강화유니버스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11가지 가치관에 공감하는 강화도 안팎의 사람들을 엮어내며 만든 활동 생태계를 지칭한다. 사업 종료 후에도 협동조합 청풍은 강화유니버스 세계관을 만들고 확장하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강화유니버스 사례연구 보고서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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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섬 프로젝트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연간 1천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잠시섬을 찾고, 그중 60%는 지인 추천과 재방문으로 이루어집니다(2022년 721명→2023~2024년 1,022명 방문).
지역에 나타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비건 식당의 확산입니다. 예전에는 협동조합 청풍의 비건 구성원이 “햄 빼주세요”라고 요청하면 “이 맛있는 걸 왜 빼먹어?”라고 반응하던 김밥집 사장님이, 이제는 잠시섬을 통해 방문하는 비건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환대하게 되었습니다.
잠시섬을 통해 지역의 작은 카페, 음식점, 베이커리 등 새로운 상점 200여곳 이상이 알려졌어요. 방문객 1인당 지역에서 사용하는 비용이 약 30만원입니다. 연간 3억원이 지역경제로 순환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지역의 ‘다음 세대’를 고민하며 펼쳐진 활동이 인상 깊습니다. 유명상씨는 청소년들이 지역에서의 삶이 재미있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역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요. 협동조합 청풍은 강화에 있는 대안학교인 산마을고등학교 청소년들과 지속적인 협업을 시도하고 있어요. 이제 여기에 강화유니버스 세계관에 함께한 참여자들과의 프로젝트도 더해졌죠. 그렇게 그림책 제작, 싱어송라이팅과 공연, 독립출판, 팝업식당 등 청소년들의 창작활동이 지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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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협동조합 청풍. ‘협동조합 청풍’ 발표자료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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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실무자들의 현실적인 고민이 세미나에서 공유되었습니다. “3년 차에 앞이 깜깜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버티셨나요?”, “교류 피로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등의 질문이 쏟아졌어요.
협동조합 청풍은 포틀랜드 등 해외 사례 탐방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지역사회의 변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5년은 지나야 조금씩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요. 그래서 장기적 관점으로의 사고 전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유명상씨는 “단기적으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 되면 피로를 느낀다”며,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서는 지역을 애정하는 사람들과 진정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잠시섬 프로젝트의 참여자 중에는 강화 주민이 된 경우도 있다고 해요. 커뮤니티와 밀접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을 알아가면서 방문자에서 지역의 주민이자 변화의 당사자가 된 겁니다. 지역 주민과 서로 연결되어 유·무형의 자산을 함께 쌓아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텐데요. 잠시섬 프로젝트에서 이러한 과정은 일방향이 아닙니다. 주민(호스트)만이 아니라 손님(게스트)도 서로 환대하며 머물고, 또 오고 싶은 곳을 만들고 있다고요. 그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협동조합 청풍이 있겠죠!
유명상씨는 현재 직면한 어려움으로 “사회적 자산은 잘 쌓아뒀지만, 건물을 지으면서 빚을 졌는데 금리가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솔직한 현실도 털어놓았습니다. 한자리에 모인 지역 활동가들은 솔직한 상황 공유에 공감의 또 안타까움의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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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와 호스트의 경계가 없는 잠시섬은 서로가 서로를 환대하는 호스트가 되어준다. ‘협동조합 청풍’ 발표자료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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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미나를 함께 주관·주최한 ‘ 듣는연구소’는 현장의 목소리로 변화를 만드는 실행연구를 하는 연구활동가 그룹입니다. 협동조합 청풍이 만들어가는 변화에 동의한 듣는연구소는 이들과 함께 액션리서치를 진행해왔어요.
잠시섬 프로젝트는 지역에 정착하지 않더라도, 지역과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교류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합니다. 협동조합 청풍은 이러한 외부인, 그러니까 관계인구의 참여와 기여가 지역의 활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봤어요. 듣는연구소의 우성희 연구원은 세미나에서 잠시섬 프로젝트를 통해 관계인구가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하는지 분석한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잠시섬 프로그램의 특징은 아래와 같아요.
- 나다움의 발견 및 확장: 도시와 다른 환경에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접합니다.
- 몸과 마음의 회복: 일상의 루틴을 회복하고 정서적 안정을 찾습니다.
- 빠르게 형성된 친밀감: 비경쟁적인 ‘순한 대화’ 속에서 서로를 살피고 빠르게 친밀감을 형성합니다.
- 환대와 기여의 순환: 환대받은 경험이 다시 다른 이를 환대하고 지역에 기여하는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연구팀은 잠시섬에서 생산되는 가치를 ‘관계재’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관계재란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재화이지만 돈을 주고 구매할 수 없는 성격의 재화로,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산됩니다.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20~30대가 접하기 어려운 이 관계재를 잠시섬에서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있어요. 잠시섬 프로그램은 20~30대 여성들(참가자의 약 80%)에게 특히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해요. 도시의 경쟁적 환경에 부대낌을 느끼거나 삶의 전환기에 놓여 있는 이들에게 잠시섬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중요한 점은 관계인구가 단순히 지역과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와 활동을 공유하는 파트너와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엔 무조건적인 지역 애착이 아니라 가치 기반의 관계 형성이 갖는 중요성이 담겨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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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연구소’는 잠시섬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지역에 관여하는 과정과 현상, 효과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듣는연구소’ 발표자료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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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피커스> 어떠셨나요?
지역소멸이라는 도전 앞에서, 강화유니버스의 경험은 단순히 인구수를 늘리는 것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더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역사회를 단순한 물리적 공간만이 아닌, 관계와 가치가 교류하는 장으로 재정의할 때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지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정주민과 관계인구가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스피커스 구독자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스리슬쩍 알려주기를 통해 생각 나눠주세요. 소중하게 읽고, 천천히 고민하며 더 나은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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