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지속가능발전성과지표 탐색 한 달 전, 우리나라의 큰 행사 중 하나인 수능이 끝났습니다. 주변에 수험생들이 계신 분들은 마음이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물론 가장 힘들었던 건 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이겠지만요. 우린 인생에서 수능 외에도 수많은 시험과 평가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우리는 왜 시험을 봐야 하는 걸까요? 우리 삶의 수많은 시험과 평가는 과연 그 사람의 노력과 성공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수험생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한 번쯤은 가졌을 법한 질문일 겁니다. 사람뿐 아닙니다. 다양한 기관과 조직들도 사회에서 다양한 평가에 직면합니다. 자본주의 경쟁 체제에 놓여있는 기업은 말할 것도 없지요. 최근 많은 분들이 한 번쯤 들어보셨을법한 ESG 평가도 기업이 직면하는 평가 중 하나입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의 약어로, 기업이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갖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추구하며 경영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국내 기업을 포함해 글로벌 기업들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다양한 평가기관을 통해 ESG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시험과 평가에 대한 질문을 기업 ESG에 적용해볼까요? 기업 ESG 평가는 왜 하는 걸까요? ESG 평가는 기업의 성공과 지속가능성을 담보로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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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열린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ESG워싱을 넘어, 새로운 지속가능보고 제안’을 주제로 세션이 진행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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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만 연결된...기업, 인권, 지속가능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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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인권.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 같은 두 개의 단어입니다. 인권은 사람들이 개인 혹은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누리고 행사하는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말합니다.
주체로서 인격을 갖지 않는 기업은 법률상 개인들의 집합체인 법인으로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법인격을 부여받고 있죠. 그럼에도 오랫동안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은 공적 영역으로 정부의 역할인 반면에, 사적 영역인 기업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폴 라드 유엔사회개발연구소장은 “기업은 현대 문명에서 인권 신장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인권을 침해한 주체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산업혁명 시기에 기업이 생산하는 자원을 통해 거주,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고, 시민의 인권 신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식민지 개척 시대에 기업은 노예제도를 활용해 인권침해의 선봉에 섰고, 최근까지도 개도국의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는 현대판 노예제도가 다국적기업의 하청기업에 의해 종종 목격되고 있죠.
국가보다 월등한 초국적 글로벌 기업의 권한과 영향력을 제재할 수 있는 글로벌 체계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국제적으로 대두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2011년 유엔인권이사회는 기업의 인권침해를 예방, 관리하기 위한 강력한 국제 규범으로서 '기업 인권에 관한 이행원칙'을 발표합니다.
이처럼 유엔, 오이시디 등 국제기구들이 기업의 인권 경영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기업이 국가의 경제성장을 넘어, 사회복지의 증대, 나아가 국제사회 인권 신장과 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과 지속가능발전은 어떨까요? 기업과 인권의 관계보다 훨씬 이해가 쉬울 겁니다. 지구의 천연자원을 활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은 지구의 임계점을 넘지 않은 선에서 이윤추구 활동을 해야 지속가능할 수 있습니다. 신자본주의 경제모델의 성과가 소수에 쏠리게 되면서, 확대되는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와 사회 불평등, 나아가 인권을 침해하는 부작용을 낳게 되죠. 임금을 배분하고 자본의 중심에 있는 기업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다행히 국제사회뿐 아니라 기업도 최근 인권과 지속가능개발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자발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라드 소장은 기업이 좋은 행동만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지구와 사회의 지속가능발전에 이바지하는데 충족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기업의 이러한 행동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바로 ESG 평가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상용되는 4천여개의 ESG 평가지표는 기업들이 인권 신장과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지 제대로 평가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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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2 토론 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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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발전목표 실천을 지원하고 모니터링하는 유엔 산하기구 중 하나인 유엔사회개발연구소도 같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죠. 4년간의 긴 연구 끝에 지난해 연구소는 유엔지속가능발전지표(SDPI)를 발표했습니다. 아시아미래포럼에선 이 지표를 두고 현재 상용되는 ESG 평가지표와 어떤 차별점이 있을지, 실제 적용한 사례를 통해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유엔지속가능발전 지표는 무엇이 다를까요? 3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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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기업 밖, 사회와 지구에서 기업의 성과를 살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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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이 지난해 연간 물을 100톤을 쓰다가 올해 50톤을 썼다면, 이 기업의 ESG 성과는 어떨까요? 대부분의 ESG 지표에서는 작년 대비 물 사용량을 절반이나 줄였으니 아마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일청 유엔사회개발연구소 선임연구조정관은 유엔지속가능발전지표에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왜냐면 본 지표에서는 기업의 작년 사용량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기업이 소재한 지역의 강수량, 지역주민의 물 소비량 등을 반영하여 계산된 연간 적정 물 사용량이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기업의 적정 물 사용량이 30톤으로 계산됐다면, 앞서 기업은 지역의 지속가능한 물 환경을 위해서 20톤을 더 감축해야 하는 상태, 즉 지속가능 성과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유엔지속가능발전지표는 개별 기업 데이터의 증감만 비교하는 게 아니라, 지구와 사회의 환경을 고려한 기준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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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임직원 간 임금 격차를 줄여, 경제적 불평등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죠. 그래서 많은 ESG 지표는 대표이사와 평직원들의 평균 임금수준을 데이터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표이사와 직원 간 임금 격차를 평균값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통해 기업이 노동자가 합리적 임금을 지급하는지, 임원과 평직원 간 임금 격차 해소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려 하는 것입니다. 이 지표의 취지가 과연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예를 들어볼까요?
가령, 대표와 직원 간 평균 임금 격차가 3:1인 기업에서 전체 직원 평균 임금 이상을 받는 직원의 수가 훨씬 많고 평균 임금 이하를 받는 직원이 상대적으로 적다면, 이 데이터는 기업의 임금 격차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게 맞을까요?
실제로 이 기업 내 평균 임금 이하의 저임금 직원은 대표와 보수 차이가 몇백대 일이 될 수 있습니다. 평균 임금 격차인 3:1과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자가 합리적인 임금을 받고 있는지 보기 위한 지표가 본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유엔지속가능발전지표는 이러한 평균값의 오류를 없애기 위해 평균값 대신 중간값을 대부분의 지표 데이터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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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ESG 평가는 2년 길어야 3년의 기업 데이터를 평가합니다. 유엔지속가능발전지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2~3년의 기간은 충분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이 지표는 대부분 5년간의 기업 데이터를 요구합니다.
마지막으로 유엔지속가능발전지표는 구체적인 데이터 추출 계산식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평가기관은 기업이 ESG 데이터를 관련 지표 항목과 범주에 맞춰 다양한 국제표준 중 하나를 취사선택해 보고하도록 하거나, 평가기관이 자체적으로 관련 데이터를 추출해 계산, 평가합니다. 하지만 유엔의 지표는 기업이 직접 SDPI 온라인 플랫폼에 등록해 표준 정보를 제공하면, 관련 계산식을 통해 기업이 주체적으로 항목별 지속가능성을 살펴보고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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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SDPI로 평가한 글로벌 빅5 IT 기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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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SDPI를 적용해봤습니다✍️ 애플, 삼성, 인텔, 우리에게 친숙한 기업들이죠. 글로벌 IT 기업들은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들은 ESG 경영에서도 유수의 평가기관으로부터 이른바 '모범생'으로 평가받고 있죠.
유엔지속가능발전지표로 본 기업들의 ESG 성적은 어땠을까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SDPI를 통해 애플, 인텔, 삼성전자 에스케이(SK)하이닉스, 티에스엠씨(TSMC) 글로벌 5대 IT 제조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했습니다. SDPI 개별 지표를 환경, 다양성과 포용성 지속가능한 경영관행, 임직원 안전과 삶의 질 등 5개의 평가 영역으로 분류해 기업의 공개된 ESG 정보를 토대로 평가가 이뤄졌죠. 그 결과 5대 기업 모두 지속가능성 이행성과가 '보통'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가를 이끌었던 양은영 한겨레사회경제연구원 사회변동팀장은 기업이 개별 ESG 평가 기준에 맞춰 ESG 성과를 보고하고 기획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말합니다. 그는 ESG 평가는 느리기는 하지만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기업도 평가 결과를 넘어 사회의 신뢰를 얻는 방향으로 ESG 경영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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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어드 맥기네스 EU 집행위원장은 "지속 가능한 투자는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며, 올바른 선택을 하려면 좋은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의 지속가능 보고 표준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E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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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평가지표를 이끌고 있는 글로벌 3대 지속가능 표준이 있습니다. 유럽의 EU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ESRD, EU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표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FRS) 산하의 국제지속가능성 기준위원회(ISSB, International Sustainbility Standards Bord) 표준입니다.
EU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ESRD)은 올해 7월말에 EU집행위원회에 의해 채택됐습니다. 2024년부터 EU 회원국에 소재하거나, EU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모두 의무적으로 ESG 정보를 공시하도록 합니다. 투자자만을 보고 대상으로 한 타 기준에 비해 이 표준은 ESG 경영을 사회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또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3월, 미국 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기후 관련 공시 강화 표준화 방안을 발표하며,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국내는 어떨까요? 문재인 정부 당시 금융위원회는 2021년 1월, 기업공시제도 종합개선방안을 통해 국내에서도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것이라고 발표했어요. 2025년까지 공시를 활성화하고, 25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를 시작으로 의무공시를 시작할 예정이었죠. 하지만 지난 10월, 금융위는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요청과 미국 등 일부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가 늦어진다는 이유에서였죠.
이러한 국내 정책 기조가 ESG 경영의 필요성이 높아져 가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우려도 많습니다. 기업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사회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경영의 중심에 두고자 하는 ESG 경영 보고 의무화가 국내에서 어떻게 이뤄질 지 주목해서 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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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 윤석민 기업과인권 전문관의 '인권경영과 기업 인권실사 의무화법 동향과 과제' 발제를 중심으로 열린 H-ESG 포럼 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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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ESG 경영활동의 핵심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경영의 중심에 둬야 한다는 것 입니다. 기업이 사회 이해관계자들을 경영활동에 참여시키고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죠. 이해관계자들도 기업의 경영활동을 살펴보고 기업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ESG를 포함한 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ESG 경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시민사회의 기업에 대한 관심과 견제가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ESG에 대한 고민과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분들과 함께 2021년부터 ESG 방안을 모색하는 지식모임 H-ESG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람(H) 중심 ESG를 지향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지식허브의 성격을 갖고 있죠. 기업, 노동계, 학계, 투자자, 시민사회 등 사회 각계 각층의 분들과 ESG 워싱에 대한 모니터링부터 평가, 보고방식 등 ESG 경영이 나아가야 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H-ESG는 공개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ESG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유용한 소식을 확인할 수 있는 H-ESG 누리집 즐겨찾기를 추천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 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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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피커스> 어떠셨나요?
시험과 평가는 누구나 힘들고 피하고 싶은 관문이죠.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가 되려면 평가 기준과 방식이 중요해요. 하지만 평가 행위에만 집중하다 보면, 원래 평가하려고 했던 목적과 취지가 흐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ESG 보고와 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의 경영활동을 포함해 우리 사회의 삶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하려면 지구 환경을 우선해야 하고, 더불어 기업과 함께하는 사회 이해관계자를 경영의 중심에 둬야 한다는 ESG 경영의 본질을 함께 모색하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스피커스에 대한 의견 남겨주세요. 주신 의견 정성껏 읽고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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