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사람과디지털포럼 천재 해커, 트랜스젠더, 대만 최연소 디지털부 장관.
오드리 탕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들입니다. 2016년, 오드리 탕이 대만 역대 최연소 장관으로 임명되던 당시의 나이는 35세였습니다. 지금은 사이버대사로 전 세계를 무대로 디지털 기술과 민주주의의 공존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4회 사람과디지털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오드리 탕은 디지털 시대 민주주의에 대한 비관론이나 낙관론을 넘어, 생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감시, 검열, 권력 집중 등 어두운 면이 많지만, ‘로그오프’가 대안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핵심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강연 전반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입니다.
수직적 인공지능에 맞서는 수평적 인공지능(오픈소스, 분산성), 전제주의가 아닌 다원주의, 투명성, 집단지성 등은 오드리 탕이 강조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그럼 오드리 탕에 대해 살펴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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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탕 대만 사이버 대사이자 전 디지털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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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탕은 1981년생으로, 10대 시절부터 이미 여러 IT 기업을 창업했고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했습니다. 애플, 벤큐 등 글로벌 IT 기업에서 컨설팅했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에 기여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습니다.
20대 초반 성전환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며 트랜스젠더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냈습니다. 트랜스젠더 장관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로 대만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꼽힙니다.
오드리 탕은 ‘시빅 해커’로 활동해, 2014년 대만의 민주화 운동인 ‘해바라기 운동’에 참여합니다. 해바라기 운동은 당시 집권당인 보수 성향 국민당의 친중 기조에 반발해 청년들이 주도한 반정부 시위입니다. 당시 오드리 탕은 시민 해커 단체 ‘거브제로(g0v)’의 핵심 멤버로 활동했는데, 정부의 은폐나 불투명한 행정 절차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이 조직의 핵심 목표입니다. 오드리 탕은 시위 현장에 나가 고속 인터넷과 안정적인 무선 네트워크를 설치해 입법원 점거 상황, 학생들의 토론, 대만 정부의 대응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해 ‘해바라기 운동’이 성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해바라기 운동은 국민당이 다음 선거에서 패배하고 진보적인 민진당이 집권하는 결정적 계기가 됩니다. 청년과 기술의 힘에 주목한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은 정권 출범 초기 30대 중반의 청년이자 시빅 해커인 오드리 탕을 내각(무소속 정무위원)으로 불러들였고, 2022년에 디지털부를 신설해 그를 초대 장관으로 임명했습니다. 정부에 입각한 오드리 탕은 ‘모두를 위한 디지털 회복력’을 핵심 가치로 내세워 사이버 안보, 디지털 전환, 공공복지 등 다양한 정책을 이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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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해바라기 운동 당시 모습.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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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투명성: 인공지능이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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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탕은 시민 해커 시절인 2012년부터 ‘거브제로(g0v)’ 프로젝트를 주도했습니다. 정부의 복잡하고 불투명한 정보를 시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하고, 오픈소스 방식으로 정부 웹사이트와 공공 데이터를 개선하는 운동입니다. 시민 해커와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주도하여, 정부의 투명성과 시민 참여를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디지털부 장관에 취임한 이후 오드리 탕은 ‘거브제로’와 연계해 정부의 방대한 데이터를 누구나 쉽게 검색·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습니다. 정책·예산·회의록 등 행정 정보를 투명하게 만들어 시민이 정책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투명성 확보가 참여 민주주의의 초석”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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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브제로는 정부(government)의 ‘o’를 ‘0’으로 바꾼 것으로 ‘정부를 0부터 다시 상상해보자’는 의미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풀뿌리 운동으로 비판만 하지 말고 직접 만들어보자는 실천 정신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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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아래로부터: 집단지성을 통해 코로나19 극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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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대만은 시민 해커, 정부, 시민이 협업해 전국 약국의 마스크 재고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마스크 재고 지도’ 앱을 개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 참여와 오픈 데이터, 신속한 정보공개가 원활히 이루어지면서 마스크 구입을 둘러싼 혼란과 사재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봉쇄 없이 위기를 극복한 디지털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준 사례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는 한국의 시민 해커와 개발자들에게 큰 영감을 줍니다. 팬데믹 초기 한국에서도 마스크 대란이 발생하자, 대만의 사례를 참고해 정부에 공적 마스크 재고 데이터의 개방을 요구했습니다. 정부는 대만처럼 데이터를 오픈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로 공개하고, 민간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그 결과 정부는 데이터를 제공하고, 시민 개발자들은 다양한 앱을 개발해 전국 약국의 마스크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해 혼란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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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민건강보험 특약약국 마스크 재고 지도는 정부의 마스크 재고 공개 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서비스 중 하나이다. 스크린샷은 2020년 3월 5일 오후 4시50분(대만 시간) 기준으로 업데이트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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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탕은 디지털 기술이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론장 실험을 시도합니다. 브이타이완(vTaiwan)은 온라인 정책 토론 플랫폼으로, 시민·전문가·정부가 논쟁적 이슈에 대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나누고 합의를 도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폴리스(Polis)는 인공지능(AI) 기반 대규모 의견 수렴 도구로, 시민들이 공격 없이 찬반 의견을 표시하고, 공통의 합의점을 시각적으로 도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이 두 시스템은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거친 합의(rough consensus)’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대표적 사례는 우버 규제(승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 엑스의 운영을 금지)를 둘러싼 논란입니다. 오드리 탕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2015년 생각이 다른 사람들 간에 실시간 토론을 가능케 하는 ‘폴리스’ 플랫폼을 도입해서, 우버 규제 같은 논쟁적 주제에 관해 대규모 공론화를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매우 다른 출발점을 가진 사람들 간에도 합의가 가능한 ‘공통 기반’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대표성 있는 시민집단이 모여 숙의하고 해법을 함께 끌어냄으로써, 효과적인 정책을 만들고 광범위한 대중적 정당성과 지지도 얻게 됐습니다. 그 결과 대만 국민의 91%가 우리의 민주주의가 ‘상당히 좋다’고 답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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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폴리스 등 양극화된 견해들 사이에서 공통 기반을 찾기 희망하는 새로운 도구를 다룬 영국 비비시(BBC)의 미니 다큐멘터리 영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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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5일 제4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오드리 탕 대만 사이버 대사.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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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해커로서, 디지털부 장관으로서 오드리 탕의 핵심적 문제의식은 어떻게 하면 인공지능이 민주주의를 약화하지 않고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입니다. 이와 관련해 오드리 탕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세 가지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첫째, 인공지능 추천 알고리즘을 기술 기업의 결정에 맡기지 않고, 일반 시민들이 주도하도록 돕는 ‘프로소셜 미디어’입니다. 프로소셜 미디어란 어떤 것일까요? 오드리 탕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플랫폼 대기업들은 단순히 댓글, 공유 등과 같은 사용자 참여를 최대화하는 노력을 넘어, 사회적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프로소셜 미디어’에서 우리가 제시한 전략은 첫째, 어떤 커뮤니티가 콘텐츠에 공감하거나 분열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사회적 맥락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둘째, 커뮤니티를 분열시키는 콘텐츠보다 공통점을 부각하는 콘텐츠에 더 높은 순위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셋째, 폐쇄적이고 동질적인 커뮤니티가 아니라 다양성을 중시하는 커뮤니티를 지원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기술 기업이 민주적 가치와 사회적 결속에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면 모두가 이득을 얻게 됩니다.”
둘째, 공동체를 강화하기 위해 ‘폭넓은 경청’ 도구를 개발했습니다. 오드리 탕이 자문을 맡은 미국 켄터키주 소도시 워런의 실험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온라인 주민투표 플랫폼이 시의 정책에 관한 주민들의 합의를 끌어내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보여줍니다. 이곳에서는 시민들이 예술, 교육, 주거, 보건,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의견을 일정 기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자유롭게 교환하도록 했습니다. 인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8천여명이 참여했는데, 시민 의견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 간의 공통점과 합의점을 찾아냈다는 점이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 결과, 역사적 건물 보존, 밤 9시 이후 식당 영업 확대, 공립학교 심리치료사 확충 등 여러 사안에서 시민들 간 합의를 끌어냈습니다.
셋째, 지역공동체가 직접 운영하고 감시할 수 있는 소규모 ‘수평적 인공지능’ 모델입니다. “왜 대형 기술 기업들만 인공지능의 힘을 독점해야 하는가”라고 오드리 탕을 되묻습니다. 수평적 모델은 디지털 기술과 민주주의의 결합에서 권력과 의사결정이 특정 대형 기업이나 중앙 권력에 집중되지 않고, 지역공동체나 시민들이 직접 운영하고 감시할 수 있는 분산적이고 협력적인 구조를 의미합니다. 시민의 권리와 데이터 투명성을 보장하며, 인공지능이 인간 판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모델입니다.
오드리 탕은 청년세대, 혁신의 아이콘입니다. 청년세대가 공공 영역에 더 많이 참여할 때 혁신의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20대 남성 청년층에서 극우화 경향을 보이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오드리 탕의 생각을 물어보았습니다.
“대만도 (20대 극우화와)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년들의 회복력은 그들에게 무엇을 할지 지시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권한을 부여하는 데서 나옵니다. 대만의 장관들은 35살 미만의 젊은 멘토를 두고, 조언을 듣습니다. 우리는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대신 미디어 역량을 가르칩니다. 학생들은 극단적 콘텐츠가 분노를 유발하도록 설계된 방식과 이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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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피커스> 어떠셨나요?
오드리 탕은 디지털 기술을 민주주의의 적이 아닌 동반자로 만드는 실험을 합니다. 갈등을 합의로 바꾸고, 분열보다 서로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도구를 만들고 현실에 적용합니다. 디지털 기술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이 그러한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스피커스 구독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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