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사람과디지털포럼
“당신 말이 진짜라면 100만달러 걸고 나랑 내기합시다.”
인공지능 세상에 내기꾼이 등장했습니다. 오늘은 세계적 인공지능 전문가가 왜 세계 최고 부자를 상대로 겁없이 내기에 나섰는지로 시작해보려 해요.
일론 머스크를 상대로, 100만달러 내기를 제안한 사람인 게리 마커스 뉴욕대 명예교수가 그 주인공입니다. 내기를 건 대상은 무엇일까요? 바로 ‘인공지능’입니다.
‘인공지능’이 핫 키워드가 된 지 오래지요. ‘그녀’, ‘터미네이터’, ‘어벤저스’ 등 SF영화 속에서나 만나던 인공지능이 2016년 알파고 이후 진짜 현실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기계가 사람보다 똑똑해지면, 사람은 어떤 직업을 가져야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요. 인공지능에 관한 여러 소식 중에서도 많은 사람에게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간 사건은 2022년 오픈에이아이 (Open AI)가 발표한 챗GPT일 겁니다. 무엇을 물어보건 척척박사처럼 대답하고, 심지어 ‘ 세종대왕 맥북 던짐 사건’처럼 없는 얘기도 알려달라고 하면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쏟아낼 정도니까요.😂
챗지피티와 미드저니 등 생성인공지능이 한바탕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지나간 요즘은 ‘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이 가장 핫한 인공지능 키워드입니다. 범용 인공지능은 사람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통합적 인지능력을 구사하고, 사람을 능가하는 수준의 지능을 말합니다. 현재 속도로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달하면 머잖아 AGI가 출현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
|
|
6월 12일 열린 제3회 사람과디지털포럼 기조연설에 나선 게리 마커스 뉴욕대 명예교수 |
|
|
게리 마커스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지심리학자이자 인공지능 전문가이며, 뉴욕대 심리학·신경과학 명예교수입니다. 그는 1993년 매사추세츠공대 (MIT)에서 스티븐 핑커 교수의 지도로 뇌와 인지과학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1996년엔 전도유망한 젊은 심리학자에게 수여되는 로버트 판츠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엔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지오메트릭 인텔리전스(Geometric Intelligence)를 설립한 뒤 우버에 성공적으로 매각했지요. 2019년엔 로봇공학계의 전설인 로드니 브룩스와 함께 인공지능 스타트업 로버스트닷에이아이(Robust.AI)를 공동창업했습니다. 마커스는 CEO를, 브룩스는 CTO를 맡았지요. 그는 인지심리학과 인공지능 분야에서 최첨단에 서 있는 명사입니다.
마커스는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창업해 운영한 기업가이지만, 인공지능 기술 중 현재의 딥러닝과 범용 인공지능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대표적 인물입니다. 특히 그는 논쟁을 꺼리지 않아, 제프리 힌튼, 얀 르쿤 등과 소셜미디어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앞서 살펴봤듯 최근엔 범용 인공지능을 낙관한 일론 머스크를 상대로 내기를 하기도 했죠.
게리 마커스는 자신의 누리집(Marcus on AI)과 뉴스레터를 통해 인공지능 분야의 따끈따끈한 뉴스를 전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스피커스 구독자분들은 살펴보셔도 좋겠습니다.😊 |
|
|
① 그는 왜 대표적인 인공지능 비판자가 된 걸까요? |
|
|
사실을 명확히 하자면, 마커스는 ‘딥러닝 방식’의 인공지능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는 사람입니다. 그는 2023년 일론 머스크, 요슈아 벤지오, 유발 하라리 등이 ‘삶의 미래 연구소 (FLI)’와 함께 발표한 “ 안전 규약을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6개월간 유예하자”는 성명에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마커스에게 범용 인공지능을 비판하고 개발이 매우 어렵다고 여기면서도 지난해 인공지능 개발 유예를 요청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한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그는 “일반적인 오해다. 그 서한은 모든 인공지능에 대한 개발 유예를 요구한 게 아니라, 위험이 알려져 있고 그 해결을 위한 명확한 접근법이 없는 특정 프로젝트(GPT-5 유형 모델)에 대한 일시 중단을 요구한 것일 뿐이다”라고 답했습니다.
마커스는 인공지능 전반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현재 거대언어모델의 딥러닝 방식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거대언어모델(LLM)은 세상에 대한 확고한 개념적 이해를 가진 체계적인 사고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접근이 성공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라고 마커스는 말합니다. 더 나은 데이터를 넣는다고 해서 현재의 본질적으로 잘못된 접근 방식을 고칠 수는 없다고 보는 거죠.
|
|
|
② 그런데 왜 범용 인공지능 얘기는 점점 커지는 걸까요? |
|
|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 데미스 허사비스도,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도,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도 “범용 인공지능이 멀지 않았다”고 자신하는 진영입니다. 이들이 의존하는 주된 논리는 급속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컴퓨팅 능력과 알고리즘의 개선에 대한 베팅입니다.
실제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훈련시키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극적으로 단축되고 있습니다. 2018년에 공개된 오픈AI의 GPT-1은 1억1700만개의 매개변수(parameter)를 활용했고, 2019년에는 GPT-2의 매개변수는 15억개로 증가했습니다. 2020년의 GPT-3는 1750억개로 확대되었고, 2023년 GPT-4 매개변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1조7000억개로 추정됩니다. 경쟁하는 구글의 제미나이 울트라(Gemini Ultra)는 매개변수가 1조5600억개 수준이구요. 이 속도로 개선되어 간다면, 레이 커즈웨일이 주창하는 ‘2045년 특이점 도달’도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커스는 회의적입니다. 그는 “현실은 지난 14개월 동안 큰 진전이 없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기하급수적인 발전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수십억달러가 투자되고 최고 인재들이 대거 투입되었음에도 GPT-4보다 눈에 띄게 나아진 게 없는, 수익 감소 시기에 접어든 게 분명하다. 갖은 노력에도 오답은 끝없이 나타나고 있으며,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하나가 수정되면 또다른 오류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겨레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낙관론이 계속 나타나는 걸까요? 마커스는 ‘돈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원탁토론에서 “빅테크 기업들은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 해결에 인공지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과대광고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빅테크 기업들에게 큰 힘을 실어주는 이유는 이런 환상 때문이라는 거죠.
|
|
|
③ 게리 마커스는 인공지능을 외면하자고 주장하는 건가요? |
|
|
그건 아니에요. 그는 사람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가능성을 과장하고, 투자자를 현혹하는 대신 이를 똑똑한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마커스는 “생성형 인공지능은 거짓 정보를 만들어내고 사기성도 있지만, 과학적인 발견, 재료 공학 등과 관련해 아이디어를 도출할 때 유익하고, 일을 신속히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하더라고 사람처럼 ‘세계 모델’(세상에 대한 전반적 이해)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사람은 세계 모델 없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이해하는 것도, 다른 문화권의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세계 모델을 갖고 있는 덕분입니다.
|
|
|
게리 마커스는 그의 베스트셀러 ‘ 클루지(Kluge)’를 통해 국내에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사람이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 인간의 정신이 작동하는 방식은 뒤죽박죽 땜질 형태라는 사실을 얘기하고 있어요. 인간은 체계적 설계도에 따라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진화한 게 아니라, 임시방편으로 작동하다가 그 형태가 굳어졌다는 주장을 담고 있지요. 인간 정신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는 인지심리학 책입니다. 이 책은 스티븐 핑커와 노엄 촘스키의 추천을 받았는데요. 국내에서는 유튜버 자청이 ‘내 인생을 바꾼 책’이라고 홍보한 덕분에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마커스의 다른 책들인 ’ 2029 기계가 멈추는 날(원제 Rebooting AI)’, ‘ 마음이 태어나는 곳(The Birth of Mind)’도 국내에 번역되어 출판되어 있으니 함께 살펴보셔도 좋겠습니다.📚 참, ’2029 기계가 멈추는 날’은 미국 ‘포브스’가 꼽은 ‘인공지능 분야 필독서 7권’의 하나라고 하니 인공지능 분야에 관심 있는 스피커스 구독자분들께 이번 여름 휴가 도서로 추천해봅니다! |
|
|
‘모두를 위한 AI의 과제’를 주제로 기조연사로 참여한 테드 창, 최예진, 게리 마커스, 아베바 비르하네 등 세계적 석학 4명은 인공지능에 대한 핵심 이슈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
|
|
2024 한겨레 사람과디지털포럼에는 기조연사가 네 명입니다. 그중 세 명 (테드 창, 최예진, 아베바 비르하네)이 2023년 ‘타임’이 선정한 ‘인공지능 100대 인물’에 포함되어 있어요. 국내에서 열린 관련 행사 중 가장 저명한 인물들이 기조연사로 참여했다고 자부합니다.💪
게리 마커스는 ‘인공지능 100대 인물’ 명단에 없지만, 사실 그런 수식이 필요 없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지심리학자입니다. 스피커스에만 살짝 섭외 과정의 숨겨진 이야기를 전하면, 게리 마커스에게 기조연사와 토론을 요청했을 때 연사료 조율이 쉽진 않았답니다.😅
하지만, 마커스는 포럼의 구성과 기획의도, 그리고 다른 참여 연사들을 본 후, 기꺼이 참여에 동의했습니다. 그는 “나머지 세 명의 연사들과의 토론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조건으로 참여하겠습니다”라고 말했죠. 역시 최고의 전문가는 그 무엇보다 자신이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
|
|
📝이번 <스피커스> 어떠셨나요?
인공지능 개발을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인공지능을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지 게리 마커스의 강연을 들으며 생각을 다시 정리해봅니다.
아직까지 “어떤 기계도 새로운 상황에 대한 유연성이나 시간, 공간, 인과관계 같은 기본 개념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따라잡지 못했다”라고 게리 마커스는 말합니다. 인간 고유의 인지능력을 강조하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인공지능에 대한 우리의 환상을 점검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
|
|
|